‘IoT’ 인지기능장애 조기진단· 관리 활용

의학신문·대한치매학회 공동기획 ‘치매극복의 날’ 기획특집

매년 9월 21일은 2011년에 제정된 ‘치매관리법’에 따라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치매극복의 날’이다. 치매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10명당 1명이 추정 될 정도로 고령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2008년부터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수립, 올해 3차 사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본지는 올해 ‘13회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대한치매학회와 공동으로 일선 개원의들을 비롯한 독자들에게 치매의 증상에서 최신 치료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IoT-스마트홈 연계해 일상생활 수행능력 평가
전산화 인지검사 다양한 장점으로 보편화 추세

진주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전국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약 10명당 1명이 치매로 추정되는 현실 속에서, 치매 치료제의 개발과 치매의 조기 발견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치매의 인지기능장애를 초기에 탐지할 수 있는 정교한 인지기능 평가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지기능 평가에도 새로운 방식들이 적용되고 있다.

전산화 인지기능 평가의 활용

전통적으로 치매의 인지기능 검사는 검사자가 대상자를 만나 직접 시행하는 지필 검사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컴퓨터 활용이 점차 많아지면서 전산화 인지검사(computerized cognitive test) 도구들이 개발되기 시작하였고, 요즘은 개인 컴퓨터 이외에도 인터넷을 활용한 웹 기반의 인지기능 검사나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tablet)을 이용한 검사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전산화 인지검사들은 지필검사에 비해 다양한 장점을 가진다. 첫째, 기존의 지필검사 방식으로는 평가하지 못했던 인지기능의 특성을 탐지해 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반응속도를 매우 작은 단위까지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다.

둘째, 전산화 인지 검사들이 선별검사(screening test)로 사용된다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덜 받고, 검사를 시행하고 해석하는데 필요한 전문인력의 수고를 덜 수 있다. 또한 전산화 인지 선별 검사는 대규모 집단에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자료를 모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셋째, 전산화 인지 검사의 채점 및 결과 제공의 편리성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전산화 인지 검사들은 획득한 점수가 자동으로 채점되며, 결과도 즉시 제공되기 때문에 바쁜 의료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치매 환자를 선별하고, 인지기능의 중증도를 평가하는데 전산화 인지검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점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당 검사가 인지기능 검사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신뢰도(reliability)와 타당도(validity)를 충분히 갖추었나 하는 점이다.

특히 전산화 인지검사를 진단 목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city)가 잘 갖춰진 검사를 선택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인지기능 검사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정상 집단의 규준 자료(normative data)가 필요한데, 인지기능은 성별, 연령 및 학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에 따라 층화된 집단에서 수집된 규준 자료가 있어야 한다. 특히 치매는 60대 이상 노인 인구에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60대에서 90대에 이르는 정상 노인의 규준이 잘 마련되어 있는 전산화 인지 검사를 선택해야 한다.

그 외에도 전산화 인지검사를 치매 선별검사로 사용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노인들이 디지털기기 사용 경험이 적다는 점이 과제 수행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2018년 국내 70대 이상 노년층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37.8%, 6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80.3%에 이르는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많은 노인들이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를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그 조작에 모두 익숙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전산화 인지검사들을 노년층을 대상으로 시행하다 보면, 디지털기기에 반응을 전달하는 방식의 문제로 수행에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예를 들어, 마우스를 조작하거나 터치 스크린을 조작하는데 서툴어서 실수하거나, 건조한 피부 때문에 반응이 제대로 입력되지 못하는 오류가 상당히 많다. 전산화 인지검사는 표준화된 방식으로 시행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조작의 실수로 인해 생기는 위와 같은 오류를 수정하거나 두번째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제한을 가진다. 또한 노인에서 흔한 시력 저하와 관절염으로 인한 팔 또는 손 움직임의 제한도 전산화 인지검사를 노인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외국의 전산화 인지검사들이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알려진 검사로는 CANTAB(Cambridge Neuropsychological Test Automated Battery)와 비엔나 시스템(Vienna Test System)이 있다. 최근 들어서 주로 임상 약물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Cogstate도 널리 알려진 전산화 인지 검사이다.

CNT(Computerized Neuro - Cognitive Function Test)는 국내에서 개발된 전산화 인지검사이며, 비엔나 시스템과 더불어 신경인지기능검사 급여 항목에 포함되어 있으나, 시행하고자 하는 환자의 연령과 학력에 맞는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에서 개발된 인브레인 CST(Inbrain Cognitive Screening Test)는 태블릿 PC 기반의 인지기능 선별검사 도구로서, 50세부터 90세까지 문해자를 대상으로 규준이 마련되어 있다.

치매 평가와 돌봄 위한 디지털기술 활용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의 축적이 확인된 전 임상단계(preclinical stage)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매우 경미한 인지적 변화를 밝혀내려는 시도들과 함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세밀한 평가방식들이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산화 인지 검사에서 환자의 반응 속도와 주의력의 세부 요소들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 시도가 있었다. 또한 여러 번 검사를 반복해야 하는 장기종단연구 대상자 또는 치매 치료제의 효과성 검증을 위한 임상연구 참가자에서 검사가 반복되는 동안 학습이 향상되는 정도를 주요 지표로 활용한 연구도 있었다. 최근에는 매우 짧은 검사를 하루에 여러 차례 여러 날 동안 반복 시행하는 방식으로 인지기능을 평가하여, 일회성 인지 기능 검사에 있을 수 있는 측정의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식도 시도되었다.

최근에는 각종 사물에 센터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을 통해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IoT)이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와 일상생활 수행 능력의 변화를 탐지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올해 7월 온라인상으로 개최되었던 ‘AAIC(Alzheimer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 2020’에서도 IoT를 사용하는 스마트홈(Smart Home)에서 인지기능장애 환자를 조기에 진단하고 돌보는 기술들이 소개된 바 있다. 스마트홈에서는 집안에 센서를 부착하여 방 사이를 이동하는 횟수, 걸음 속도 등을 파악하고, 전화, 스마트폰 또는 이메일의 사용, 외출과 방문자의 빈도 등을 기록하여 사회적 교류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센서가 부착된 디지털 약통과 음식 용기를 이용해 약을 얼마나 충실하게 복용하였고, 어떤 음식을 어느 정도 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을 통해서 수면 패턴, 체중, 혈압, 체온 등을 측정하고, 운전 시에 발생되는 문제와 활동 반경을 기록한다.

ORCATECH(Oregon Center for Aging and Technology)의 데이터 플렛폼은 이러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노인이 일상 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또는 경미한 인지 기능 장애가 발행하였는지 여부를 자연스럽지만 객관적인 방식으로 평가한다. 최근 국내의 한 지자체에서도 독거노인의 가정에 IoT 기기를 설치하여 위험 상황을 빨리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것이 효과 있음을 확인하고, 이러한 비대면 돌봄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결국, 본인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던 기능의 변화를 우리집의 각종 디지털 기기들이 먼저 알아내고 경고해 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평가방식이 필요한 현 시점에서 인지기능 평가의 전산화, 디지털 기기와 IoT의 활용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편리해 보이는 디지털 기술의 서비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사용되도록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경험이 없는 노인들, 또는 인지기능의 저하가 시작된 경도인지기능 장애나 초기 치매 환자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기기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인터넷을 손쉽게 사용하기 어려운 저학력/저소득층의 노인에게도 디지털 기술이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진주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