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 처음부터 끝까지②

30년 넘게 반찬가게를 운영해 온 엄마가 갑자기 반찬 만드는 법을 잃어버렸다. 매사 야무지던 그녀의 양산과 지갑은 냉장고 안에서 발견되고, 반들반들하게 관리해 온 간장 항아리를 찾지 못해 헤매기도 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주인공인 영화, ‘엄마의 공책’ 속 장면들이다.

윤태원 목포시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갑자기 행동이 예전과 같지 않고 흐트러지거나, 친숙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 환자의 평소 성격이나 인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이 초기 치매의 주요 증상으로 꼽힌다. 즉, 환자가 이러한 증상을 보였을 때 바로 병원을 찾아야 치매 초기부터 관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영화에서는 아들이 어머니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 병원에서 치매를 진단받고 가족회의에 들어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너무 늦은 시기에 병원을 찾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도 많다.

치매 조기진단의 중요성은 두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가역성 질환인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인지기능 개선 및 질환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약물치료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조기에 시작할수록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기 약 20년 전부터 뇌에서 생물학적 변화가 진행될 수 있어 최대한 빠른 시점에 환자를 발견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에는 신경심리검사, 뇌 영상 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이 있다[v]. 대표적인 신경심리검사인MMSE(Mini Mental State Exam)는 환자의 인지기능 감퇴가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 의한 것인지 치매로 인한 것인지 일차적으로 감별하기 위해 시행되는 검사로,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vi]. 정부에서도 치매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보건소 및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적극 권하고 있어, 선별검사에 대한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그러나 MMSE 검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과거 기억력이 좋았거나 학력 높으면 점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MMSE 점수가 정상범주에 있더라도 치매가 시작되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6. 따라서 뚜렷한 인지감퇴나 눈에 띠는 주관적 변화가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만나 임상적 평가와 정밀 검진을 받아야 한다. 최근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와 국립노화연구소에서도 보다 빠른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치매 검진 심리검사 외에 뇌의 이상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다른 검사방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전문적인 치매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치매는 이제 어느 한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 65세 이상 국민 약 10명 중 1명은 치매환자다. 2050년에는 전체 노인의 15% 정도인 270만 명이 치매 환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의 치매조기진단정책을 통해 치매 진단시기가 앞당겨 지면 그에 맞는 적정치료 및 관리가 이루어짐은 물론,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정밀검진에 대한 활성화 및 접근성 개선, 혹은 현재 시행되는 인지기능검사의 문항과 절차 개선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전문적인 치매 ‘첫’ 진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을 때, 영화 ‘엄마의 공책’ 속 아들처럼 가족의 ‘뭔가 이상한’ 증상을 좀 더 빠르게 잡아내고 보호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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