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예방 첩경은 ‘Back to the basics’

첨단 하드웨어보다 감염관리 원칙준수가 먼저
의료진 손씻기·항생제 조절 등 철저히 지켜야
의료 관련 감염은 공적인 주제…정부지원 필수

유진홍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너무나 상식적인 사실이지만 중환자실은 의료기관 내 그 어떤 부서와 비교해도 의료관련 감염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 왜냐하면 중환자실 환자는 일반 병실 환자와 비교해서 핸디캡이 월등하게 많기 때문이다.

질환의 중증도가 높은 만큼 중환자의 방어벽은 심각하게 무너져 있으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삽입하는 각종 침습적 기구로 인해 물리적인 방어벽도 무력화 되어 있다. 게다가 입원 기간도 상대적으로 길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미생물이 침입할 확률도 하루하루 지날수록 늘어난다.

미생물은 육안으로 안 보인다. 몰래 들어와 세력을 키워서 육안으로 식별이 될 만큼 나타나면 이미 질환으로 발생하고 난 다음이다. 그래서 감염 예방은 어렵다.

중환자실 감염예방의 선진화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를 검색해 보면 ‘문물의 발전 단계나 진보 정도가 다른 것보다 앞서게 됨’을 의미한다.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의 잣대로 보자면 중환자실 감염 예방의 선진화란, 전 세계 그 어떤 의료기관들의 중환자실 감염관리 체제와 비교해 보아도 앞서 있는 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손 위생 모니터에 스마트 워치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한 사물 인터넷 기술을 적용한다던가, 중환자실 소독에 과산화수소 플라스마 혹은 자외선 소독 멸균을 시행하는 등의 신기술 접목이라던가 하는 식으로 무슨 대단히 진보된 테크놀로지를 갖추면 선진화일까?

진짜 중요한 것은 이런 식의 최첨단 하드웨어를 갖추는 것이 아니고, 가장 기본적인 의료관련 감염관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Back to the basics’ 이것이야말로 바로 선진화다.

중환자실의 감염 예방 내지 감염 관리는 이렇게 한다. 먼저, 환자에게 감염이 합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최선을 다해도 방어선이 무너진 핸디캡을 극복 못하고 감염 합병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앞으로 기술할 감염 관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최소화 하여야 한다.

그리고 감염의 종적인 전파와 횡적인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더 범위를 좁히면 내성과의 싸움이다. 이는 특히 중환자실의 경우에 비중이 더욱 크다.

종적인 전파란, 예를 들어 다제 내성균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 균들이 증식을 하여 대대손손으로 계속 악질 내성을 물려주는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비극의 출발은 항생제의 부적절한 남용으로 인하여 내성이 선택적으로 살아남은 데에서 기인한다. 그러므로 평소에 감염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하여 제한 항생제 제도 같은 항생제 조절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횡적인 전파는 우리 의료인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환자에서 환자로 옮아가는 것을 말한다. 잘 움직일 수 없는 중환자실 환자의 특성상, 횡적인 전파는 환자 자신보다는 그 환자와 접촉하는 모든 것이 전파의 매개체가 된다. 환자를 수시로 만지는 의료진, 환자에게 꽂혀있는 각종 침습 장비, 객담 등 환자가 배출하는 각종 체액, 환자가 누워있는 침상과 주변 물품, 배수 및 하수 시스템 모두가 다 횡적인 전파의 잠재적 원인들이다. 따라서 감염관리의 표적은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일단 손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저런 전파 기전들 모두가 최종적으로는 의료진의 손 끝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평소에도 수시로 손 위생 실천을 모니터링하고 수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도모하여야 한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되어야 표준, 접촉, 비말, 공기 주의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패혈증 실태와 대책 마련 국회토론회 장면.

또한 혈관 카테터, 유치 도뇨관, 인공호흡기 등 삽입기구 관련 감염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들 기구 관리는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지켜야 할 수칙도 많아서,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각 상황별로 준수해야 할 작업들을 체크 리스트처럼 꾸러미로 묶어서 지침이 만들어져 있으며, 이를 번들이라 한다. 이는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배포한 감염관리 지침서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감염관리 수행 시 잘 사용하도록 한다.

환경 관리 또한 중요하다. 침상, 침구, 커튼 등등의 물품과 싱크대, 배설물 및 하수 처리 등의 모든 것이 감염의 원인이 될 소지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환자실 감염관리는 의료진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시설팀, 구매팀, 환경 미화부까지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중환자실 실장은 감염관리 실장과 더불어 이들 유관부서까지 다 총괄하여 철저히 관리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중환자실 감염예방은 각 의료기관별로 혼자서만 하면 안 된다. 오늘날 감염관리는 전국적인 과업으로 격상되었다. 그래서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감염관리 및 감염 감시의 자료를 보고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트워크의 운영이란 원천적으로 양방향 소통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료기관끼리의 감염 양상 비교라던가 바람직한 지침의 제공 등등의 피드백을 받아 각자의 감염관리를 개선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긴밀한 민관합동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얼마나 감염관리를 지지해줄 의지가 있느냐는 데 있다. 의학신문 2018년 1월 특집기사를 보면,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대응책에 대한 의욕적인 청사진을 펴고 있어서(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5607) 일선 의료진 입장에선 매우 고무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2018년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관련 총예산은 소폭 증가했으나 의료관련 감염관리는 전년 대비 오히려 감액됐다. 거기에 더해서 보건복지부에서는 ‘제1차 환자안전 종합계획 2018~2020년’을 최근 공표하였다. 이는 2016년 제정된 환자안전법에 근거하여 약물 오류, 낙상, 자살 및 자해 그리고 감염을 대상으로 하고, 이에 대한 보고를 2020년까지 의무화를 시킨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는 30개에 달하는 안전사고를 의무보고 받는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정직하다고 칭찬 받는 게 아니고, 건당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다. 이는 어쩌면 우리나라 의료계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이에 대하여 일선 의료기관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물론 의료관련 감염은 이제는 공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민관합동 사업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상호 협력을 하고 감독을 하되, 최대한 지원은 해 주면서 의무를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감염이 생기면 형사 범죄라는 개념 하에 의료진을 구속할 생각부터 하지 말고, 원천적으로 그리고 시스템 면에서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에 대하여 진지하게 숙고하고 개선할 자세부터 갖추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환자실 감염예방은 의료관련 감염관리 원칙의 충실한 준수와 더불어, 네트워크의 구축, 정부 공공기관과의 긴밀한 민관 협력으로써 선진화를 이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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