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ILO Intervention 두고 각자 다른 무게 해석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국제노동기구(ILO)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요청에 ‘Intervention’을 결정한 것을 두고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정부가 각각 다른 무게의 해석을 내리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의대교수들은 이를 정부에 대한 ‘개입’으로 규정했다.

반대로 정부는 이를 ‘의견조회’로 축소했다. 또한 요청이 접수되면 해당 정부에 의견을 요청하고, 권고 등 후속조치 없이 정부 의견을 해당 노사단체에 전달한 후 종결한다고 말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 등 26명의 전공의들이 지난 13일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개입 요청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제59조’가 ILO가 제29호 협약에서 정한 '강제노동 금지'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틀 뒤인 15일 ILO는 개입 요청 자격이 없다는 점에서 의견조회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전공의를 대표하는 단체’라는 설명을 보완해 ILO 개입을 재요청한 것.

이에 지난 28일 ILO는 대전협의 자격을 인정해 제기된 사안에 대해 긴급개입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서신을 대전협 법률대리인 측에 전달했다.

ILO “제기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에 개입했고,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의료 개혁으로 이해되는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촉구했다”며 “시행 중인 절차에 따라, 사안에 관해 한국 정부가 보내오는 모든 정보는 알 수 있도록 전송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9일 ILO가 ‘개입’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000년 이후 지난 20년여 년간 대한민국 전공의의 대표 단체로서 피교육자와 근로자라는 전공의의 이중적 신분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주장하고 이행해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2015년 국회에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대한민국 대법원은 판결 등을 통해 전공의가 피교육자인 동시에 근로자임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일주일 전 고용노동부가 앞장서서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요청 자격 없음을 통보하고 종결했다고 홍보했고, 이번에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개입(intervention)을 의견조회 수준으로 폄하하여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의 행태는 전공의를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전공의의 근로자 신분을 부정하고 업무개시명령과 강제 근로를 합리화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심히 개탄스럽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현 사태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와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국제 사회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도 ILO '개입' 결정이 심각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29일 "28일 ILO에서는 ‘개입(intervention)’을 선언하고 한국 정부에 현재 진행중인 분쟁의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며 "ILO 사무총장의 개입은 흔한 일이 아니며, 일반적으로 심각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권리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위해 사용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는 ILO 개입을 존중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어 사회적 대화를 통 해 현 의료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대로 정부는 이는 의견조회이며,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ILO 결정에 대한 보도자료를 29일 배포했다. 고용노동부는 ”의견조회( Intervention)는 ILO 헌장 등에 근거한 ‘결사의 자유 위원회’나 ‘협약 적용·이행에 관한 전문가위원회’ 등 공식적인 감독기구(supervisory bodies)에 의한 감독절차가 아니며, Intervention 요청이 접수되면 해당 정부에 의견을 요청하고, 권고 등 후속조치 없이 정부 의견을 해당 노사단체에 전달한 후 종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ILO는 그간 의견조회에 있어서 국내외의 대표적인 노사단체가 요청인 적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 대전협의 의견조회 요청시 요청 자격이 없음을 통보하고 종결한 것과 달리, 이번 재요청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의 직업적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대전협 측의 주장을 감안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무국의 의견 요청에는 ILO 제29호 강제노동 협약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한 판단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의견조회(Intervention)가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여, 한국 정부가 의료개혁 과정에서 당사자들과 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제29호 강제노동 협약을 준수하고 있다는 내용 등을 성의있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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