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보사 31주년 창간특집]

치료에만 전념하는 의료환경 조성 절실
병원 운영 필요한 비용 적정보상 수가체계 마련돼야
의사·간호사 등 면허체계내 의료인 양성 대책 마련도

-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미국과 유럽은 물론, 국내에서도 올해 초부터 백신이 도입되어 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온 병원계는 지친 상태다. 의료인력 뿐만 아니라 종사인력은 이미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고, 번아웃 상태에 빠져 인력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의 억제와 종식을 위해 사투중이다.

지역사회 확산과 펜데믹(Pendemic) 상황이 계속되면서 정부도 5년 전 메르스의 교훈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며 막대한 추경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국민경제 파탄을 막고 일상으로 회복해 보려 노력 중에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청장의 중앙방역대책본부, 보건복지부장관의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꾸려져 비상대응체제로 코로나19의 억제와 종식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확산이 이어질 때 음압격리병상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중증 환자와 경증환자를 분류하고 인근 지역으로 환자를 분산 치료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생활치료센터를 만들어 경증환자를 관찰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을 확보하고 병원치료가 필요한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환자를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환자치료 시스템을 세분화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한번 치룬 홍역으로 마무리 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았다.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감염병예방법 제36조 및 제37조에 근거한 감염병관리 기관을 지정하기에 이른다. 감염병 전담병원과 거점 전담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운영병원, 중증환자전담 치료병상 운영병원, 기타 치료의료기관을 지정하여 환자 상태에 따라 효과적으로 분산하여 치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전국 감염병 전담병원 78곳 지정= 감염병 전담병원은 2021년 3월 3일 기준으로 전국에 78개 병원이 지정되어있다. 감염병 관리기관중 국가 및 지자체로부터 병원 또는 병동 전체를 비워 음압·격리병실을 확보토록 하여 코로나19 환자를 치료·관리를 전담하는 병원이다.

감염병 전담병원에는 직접비용과 기회비용을 지원하여 시설을 갖추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직접비용은 시설개조 및 철거와 장비구입 등에 소요되는 시설·철거비, 폐기물처리비, 환자전원비를 산정하고 있다. 기회비용은 병상을 비웠으나 환자 치료에 사용하지 못한 병상에서 발생한 미사용 병상손실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한 병상에서 발생된 사용병상 손실, 코로나19 환자 치료기간동안 일반환자 감소에 따른 진료비 손실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손실보상으로 전담병원 운영 종료후 회복기간을 감안하여 6개월간의 진료비 손실과 장례식장, 매점 같은 의료부대사업 손실비용을 보상하여 포스트 코로나에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고자 하고 있다.

지난 2월말까지 11차례에 걸쳐 개산급으로 8114억원의 비용을 지급하여 병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78개 기관에 11개월간 지급된 비용이므로 병원당 월 9억여원에 불과한 금액이다.

감염병의 특성상 많은 의료인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철저한 방역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많은 인력과 자원의 투입은 불가결이다. 의사, 간호사 같은 병원을 지탱하는 필수 의료인력 외에도 진료보조 및 지원, 안내, 간병, 행정 등 다양한 직종의 인력이 병원에는 근무하고 있다.

모든 종사인력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정부 지원금이나 경영을 위한 재정이 충분하지도 못한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불균형을 보이면 의료시스템의 너무도 쉽게 붕괴될 수 있는 불안한 형국에 놓여있는 것이다.

정부는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적정 지원액을 산정하여 운영하고 있을지 몰라도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관리하는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다다익선’으로 최선의 조치가 이루어져야 마음 놓고 환자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이 가능하리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인력 인프라 확충­적재적소 배치 중요= 수십년째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의료인력의 수급 불균형과 부족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가 발생되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유휴인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 즉시 투입할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인력 인프라 확충과 적재적소에의 배치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과감하게 해결해 내야할 문제라고 본다.

의사, 간호사 같은 면허 체계내 의료인의 양성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다. 먼 미래를 보고 유사시에도 대응이 가능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교육해서 활용가능하게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그저 병원은 병원으로서 환자 치료와 회복을 위해서만 전념할 수 있는 의료생태계 조성만을 기대할 뿐이다. 환자 치료를 위해 소요되는 치료비용과 의료인력의 인건비, 시설을 유지해 갈 수 있는 병원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적정하게 보상될 수 있는 수가체계의 유지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그야말로 과유불급만을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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