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2020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영업실적(추정치)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요즘 업계의 관심을 끄는 ‘사건’이 하나 있다. 업계 매출1위 기업이 바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추정치 이긴 하나 바이오 대표기업 셀트리온이 전통 제약기업의 최강자 유한양행을 따돌리고 매출 1위로 등극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1조 8491억 매출로 유한양행의 1조 6198억을 뛰어넘었다.

김영주 부국장

셀트리온 성장의 경이로움에 대해선 따로 언급할 이유가 없을 정도이다. 2002년 2월 항체바이오시밀러를 비즈니스 모델로 창업한 이래 10년만인 2012년 2월 세계 최초 단일클론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에 대한 식약처 판매허가를 시작으로 2년 후(2014년 1월)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그 2년 후(2016년 11월)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등에 대한 국내 시판허가를 받았다. 각 제품들은 국내 허가 이후 미국FDA 허가과정을 거쳐 미국 및 유럽 등 세계 구석구석으로 판매망을 넓히며 마침내 창업 19년 만에 회사를 1위 기업으로 올려놓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매출의 대부분이 수출이고, 영업이익 7121억, 당기순이익 5192억 등 이익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이다.

전통 제약기업들도 셀트리온의 큰 성공에 대해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에 대해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아무도 못한 일을 해낸 인물’로 평가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바이오신약이 특허만료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누구도 시밀러 개발에 나설 생각을 못했는데 서 회장이 넓은 부지에 대규모 공장을 세워 시밀러의 경쟁요소인 ‘경제성·신속성·대량생산’에 성공하며 세계 시장을 잠식해 나가며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전통제약계는 그러나 셀트리온의 성공신화가 신선한 자극제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는 길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성공을 위한 바이오시밀러의 덕목은 생산시설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장치산업 성격인 데 비해 전통 제약의 가치는 신약개발에 있다는 차이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이 자신의 분야에서 과감하고 결단성 있는 도전으로 성공의 길을 열었듯 자신들도 집중적인 R&D투자, 효율적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제약기업들은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의 연이은 조 단위 기술수출 성공을 계기로 집중적인 R&D투자를 통해 신약개발에 성큼 다가가고 있다.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 성공은 현재 매출의 10배, 20배를 보장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글로벌 사례가 증명한다. 따라서 아직 2조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외형 실적을 가지고 1. 2위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 하긴 하다.

전통 제약기업들은 짧은 연륜에 폭발적 외형 성장으로 기치를 올린 몇몇 바이오기업의 성공사례가 마치 제약·바이오산업의 나아갈 길 인양 회자되는데 대해 내색은 않으나 불편하다. 태생도 다르고 가는 길도 다르며 따라서 각자의 분야에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될 뿐이지 현재의 성취를 가지고 누가 옳았고, 어느 분야가 산업의 지향점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할뿐더러 그럴 이유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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