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암세포에서는 유전자 변형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단백질 활동이 관찰된다. 이러한 유전자 변형 정보는 해당 암 조직의 세포학적 특성을 파악을 가능하게 하여 개인의 항암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정밀 종양학의 주요한 생물지표, 즉 EGFR, ALK, ROS1 등 바이오마커인 유전자 변이 정보는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해줬다.

이러한 바이오마커를 찾아 치료하고 암 증식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에 대한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정 유전자의 특정 변이가 검출될 경우 특정 치료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개인별 맞춤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유전적 변이에 대한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유전적 변이 분석을 통해 항암 치료 환경도 급격히 발전, 변화고 있다. 이들 표적 항암제 개발로 인해 더 긴 생존 기간을 환자들에게 선물을 주고 있는 것.

그러나 치료 시장에서는 여전히 유전적 변이 시장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 KRAS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KRAS에 대한 비충족 수요가 있으면서 글로벌 빅 파마들이 경쟁적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중 가장 선두를달리고 있는 곳이 암젠 소토라십이다.

◆암젠 등 다국적제약사 KRAS 억제제 제품 개발 러시

암젠 KRAS 억제제인 소토라십이 최근 FDA로부터 KRAS G12C-변이 국소 진행 및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우선심사가 결정되면서 KRA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외의 다국적제약사들은 자체적인 임상에 돌입했거나 인수 합병을 통해 KRAS 억제제 개발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이다.

현재 KRAS G12C 표적 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 중, 가장 두각을 보이는 것은 암젠이 개발 중인 소토라십이다.

2019년 세계폐암학회에서 처음 공개된 소토라십 1상 데이터는 전세계 폐암 의료진과 환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또한 올해 1월에 열린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된 소토라십 2상 데이터 또한 좋은 결과를 보였다. 평균 3회 이상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소토라십의 객관적 반응률은 37.1%, 질병조절율은 80.6%였으며 반응지속기간은 10개월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임상 자료를 기반으로 소토라십은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혁신 치료제로 지정됐으며, 우선심사대상으로 선정됐기 때문에 빠른 허가 심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SVB 리링크 애널리스트는 소토리십이 이 적응증에서 빠른 승인을 기대하며 최대 매출은 10억달러로 예상했다.

NSCLC의 KRAS 변이 중 가장 흔한 KRAS G12C는 NSCLC 환자의 14%가 겪으며 미국에서 매년 1만4000명의 신규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로슈의 지넨텍이 릴레이 쎄러퓨틱스로부터 KRAS 억제제와 병용할 저분자 SHP2 단백질 억제 항암제 RLY-1971을 선금 7500만달러와 단기적 지불금 2500만달러에 도입했다.

이는 근래 1상 임상에 들어간 지넨텍의 RAS G12C 억제제 GDC-6036 등과 병용을 위한 협력으로 릴레이가 50:50으로 미국 개발 비용과 수익 분담을 택한다면 미국 매출 수익의 50%와 그 외 지역의 판매 마일스톤으로 최대 4억1000만달러 및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등 많은 수익성을 기대하고 있다.

자주 변이되는 종양 유전자 KRAS G12C에 대한 억제제는 적응적 저항이라는 억제 통로의 재활성화에 따라 그동안 임상시험 데이터 결과 한계를 보였으며 이 가운데 RLY-1971은 전임상 결과 KRAS 병용으로 효과를 나타냈으며 고형 종양에 1상 임상이 개시됐다.

MSD는 일본 오츠카제약의 자회사인 타이호·아스텍스로부터 KRAS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 후보물질의 독점 라이선스를 계약금 5000만 달러(약 550억원)를 포함해 최대 25억 달러(약 2조7500억원)를 투자해 취득했다.

미라티도 'MRTX849'의 임상1/2상을 진행 중이며 비소세포폐암 환자 51명의 객관적 반응률이 45%로 나타났다. 미라티는 노바티스와 함께 또 다른 후보물질인 'TNO155'의 임상1/2상을 시작했다.

이밖에 사노피와 레볼루션 메디신은 2019년 6월 공동으로 'RMC-4630'의 개발에 착수했으며 존슨앤드존슨은 아락세스 파마와 함께 2019년 7월 'ARS-3248'의 임상에 들어갔다. 일라이릴리는 2019년 11월 'LY3499446'의 임상을 개시했다.

◆KRAS G12C 유전자 변이 치료 예후도 나쁘고 표적 치료제 개발 어려워

KRAS는 세포의 분화, 증식 및 생존과 관련된 신호전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GTP 효소 단백질로, RAS 유전자의 3개 종류 중 하나이다.

KRAS G12C가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면 GTP와 결합해, 신호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면서 종양 세포 복제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돼 암이 발생한다.

KRAS유전자는 변이를 가질 경우 종양을 일으키는 첫 신호가 될 수 있어 종양 연구의 역사 중 초기에 발견됐으며, 비소세포폐암, 전이성 대장암 등 여러 암종에서 자주 발생하는 종양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KRAS유전자 변이는 아시아에서 비소세포폐암 중 두번째로 흔하게 발생하는 유전자 변이로,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 중 약 25%를 차지한다. 2007년 발표된 국내 자료에 따르면 약 5.2% 정도의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KRAS 변이가 발견된 것으로 확인된다.

KRAS는 성장 인자가 수용체에 결합할 때 GTP와 GDP의 교환을 통해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하부체계에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세포의 성장을 조절한다. KRAS 유전자 변이가 발생하면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를 보내는 유전자인데, 변이가 이루어지면 KRAS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세포를 생성하는 신호 체계가 증폭되면서 암이 발생한다.

KRAS유전자 변이는 변이 유형과 위치에 따라 각 특징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현재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은 ‘KRAS G12C’이다.

KRAS G12C는 KRAS 유전자의 코돈 12 위치에서 글리신이 시스테인으로 변환됐다는 것을 뜻한다 KRAS G12C에 변이가 일어나면 KRAS 유전자 변이로 인한 종양 세포의 복제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돼 암이 발생한다.

KRAS G12C 변이는 주로 폐암과 직장암에서 나타나는데,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다른 변이의 비소세포폐암 환자와 비교해 수술이나 항암치료요법에서 낮은 생존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2, 3차 치료에서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진행형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경우 KRAS G12C 변이 환자들은 정상 환자들의 생존률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KRAS G12C 표적 치료제에 대한 다양한 연구는 지난 40여 년간 여러 제약사와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러나 KRAS G12C는 세포 표면에 바인딩을 위한 표적 위치가 매우 작아, 이를 표적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KRAS 표적 치료제는 KRAS G12C 변이 유전자와 결합, 신호체계를 차단해 암 세포의 성장을 막는다.

또한 암을 증폭시키는 신호전달체계가 세포 외부로부터 신호를 받아, 세포 내 핵으로 보내기 때문에 KRAS G12C를 직접 표적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이 때문에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현재 KRAS 변이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의 표준 치료법은 항암화학요법이다. KRAS 변이 유전자 특성 상 치료가 쉽지 않은데다, 독성 등으로 인해 환자의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

특히 폐암 환자들은 질환이 진행될 때마다 숨쉬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에서 KRAS 표적 치료제의 등장을 더욱 기다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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