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미국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최종 판결에도 불구, 메디톡스-대웅제약 간 기 싸움이 여전하다. 서로 이겼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결과에 대한 해석도 전혀 다르다. 어떻게 봐야할까? 제3자적 입장의 관련업계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김영주 기자

이번 소송의 핵심은 2가지이다. 균주 도용과 제조기술 도용 문제이다. 예비판결에선 2가지 모두 인정됐다. 대웅제약 주보(나보타의 미국상품명)에게 무려 10년 동안 미국 수출금지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번 본 판결에선 제조기술의 일부 유사성은 인정됐으나 균주 도용은 인정되지 않았다. ITC는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는데 쉽게 얘기하면 균주는 자연 어디서든 채취 가능하고, 따라서 주인이 있을 수 없으며, 때문에 도용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따라 수입금지 기간이 21개월로 대폭 줄어들었다.

한편 이번 소송의 승자를 따진다면 ‘메디톡스’가 맞다. 제기한 소송이 받아들여져 주보의 21개월간 미국수입 금지를 이끌어냈으니 법적대응에서 이겼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웅제약이 주장하는 '사실상의 승리'도 틀리지 않다. 예비판결의 10년을 본 판결에서 21개월로 막았으니 그들 입장에선 ‘사실상 승리’로 선언할 만 하다. 10년 수입금지는 시장 퇴출의 다른 이름이라고 봐도 된다. 반면 21개월 정도면 3상 임상 한번 더 한다고 생각하고 기다릴 정도의 시간쯤 이다. 게다가 21개월 수입금지 근거가 된 ‘제조기술 일부 유사성’의 경우도 단단한 근거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업계 내 해석이다. 판결 대로라면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FDA의 판매허가까지 받은 대웅제약의 기술력이 메디톡스의 기술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비현실적 이라는 풀이이다.

이번 ITC 본 판결의 승패에 대한 언론의 판단도 엇갈렸다. 한 쪽 손을 들어준 곳도 있고, 중립적 평가도 나왔다. 반면 주식시장은 냉정했다. 대웅제약 주가는 발표 당일 상한가, 이튿날 20% 상승으로 무려 2년 여 만에 20만원대로 폭등했고, 메디톡스는 당일 5.60% 하락, 이튿날 4.36% 하락 등으로 한달 여만에 10만원대로 떨어졌다. 메디톡스는 완승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데 대한 실망감이, 대웅제약은 불확실성에서 벗어났다는 긍정적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승패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이번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다. 보톡스의 미국 앨러간이다. 만일 이번 판결이 이대로 굳어진다면 앨러간은 21개월간 또 다시 시장 독점을 누리게 된다. 주보는 지난 2019년 미국 진출 당시 출시 이후 4년내 미국 시장 25% 점유를 목표로 삼았고, 성장률 등을 감안 매출액으로 환산할 경우 무려 7000억원에 이른다. 앨러간 입장에선 이번 소송으로 눈엣가시 같은 주보의 발목을 잡는 쾌거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 이번 다툼 양상은 철천지 원수가 만나 사생결단 하는 식이다. 양보와 협상이 끼어들 틈이 없다. 산업계내 다툼이 이렇게 적대적 이었던 때가 또 있었나 싶다. 거의 자해수준으로 느껴지는 이번 전쟁에서 이성과 합리를 주문하는 것이 공허할 정도이다. 그 골이 너무 깊고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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