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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리의 임신은 정당한 권리인가?

기사승인 2020.12.02  19: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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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지 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명이비인후과 원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의학신문·일간보사] 초저출산 시대를 사는 요즈음 아기의 출생 소식은 큰 기쁨을 준다. 방송인 사유리(41·후지타 사유리)가 출산 소식을 알렸을 때 많은 이들이 새 생명을 환영하며 축하했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자발적 비혼 출산은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비혼 출산이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익명의 정자를 기증 받아 임신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비배우자 인공수정(artificial insemination by donor, AID)이라 불리는데, 본래 무정자증 등 남성으로 인한 불임부부를 위해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남편이 아닌 타인의 정자를 기증 받아 아내의 자궁 내에 주입하는 것이다.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결혼을 안 한 사유리는 일본으로 건너가 시술을 받았다. 

 사유리는 낙태를 여자의 권리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비혼 여성의 출산을 여자의 권리로 인정하면 좋겠다고 했다. 마치 불법에 맞선 정당한 요구처럼 보인다. 이에 정치권은 제도의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과연 비혼모를 위한 정자 기증과,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의 출산 인정을 ‘개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우리는 고민해봐야 한다. 누구도 생명을 품으려는 여성의 열망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나 열망이 있다고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은 아니다. 정자기증을 통한 비혼모의 임신이 정당한 권리인지 다음 질문에 답해보아야 한다.   

 첫째, 비혼 여성의 권리가 사회 질서를 원하는 국민의 권리보다 앞서는가? 

우리 사회의 근간은 결혼을 통해 이뤄진 가정이다. 결혼을 통해 성(性)윤리가 지켜지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을 양육하며 질서가 유지된다. 모든 국민은 이 안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권리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헌법 제37조). 비혼 여성의 출산이 허용된다면, 아내 없이 아기 갖기를 원하는 남성의 요구와 동성애자 커플의 출산 요구도 이어질 것이다.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둘째, 기증 받은 정자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가? 

정자 기증은 장기 기증과는 다르다. 특수한 정밀검사를 하지 않는다. 조건은 단지 건강한 젊은 남성으로서 간염, 매독, 후천성 면역 결핍증 등 성병이 없으면 된다. 전혀 모르는 남성 기증자의 질병상태나 신체적·정신적 결함을 알 수가 없다. 기증자의 병력 청취에만 의존할 뿐이다. 또한 동일 기증자의 정자가 여러 여성에게 반복 사용되는 문제도 피할 수 없다. 동일 유전학적 부(父)에 의한 근친혼의 우려가 있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시술은 윤리적이지 않다. 

 셋째, 아기의 알 권리를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가? 

사유리는 아기를 갖고 싶은 욕심 때문에 아이에게 아빠가 없는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비혼모의 아동은 아빠가 없을 뿐 아니라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UN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은 양쪽 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가 있다(제7조). 부모의 기원을 모르면 심각한 정체성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미혼모와 달리 자발적 비혼모는 아동의 권리를 침범하는 것이 전제된다. 비혼 출산이 여성의 권리라고만 주장할 수 없는 이유다. 나라에 따라 자녀가 만18세가 되면 정자 제공자의 신원을 공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생물학적, 정서적 단절감은 해소되지 않는다. 

 넷째, 우생학과 상업화를 막을 수 있을까? 

미국이나 덴마크에는 상업화된 정자 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정자를 원활히 공급 받기 위해서는 기증자에게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1960년대에 정자은행을 설립한 미국에서는 상업화가 이미 진행되어 인터넷 생식세포 경매 사이트를 통해 미녀의 난자와 유능하고 건강한 남성의 정자를 판매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의 씨앗을 매매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돈이 충분했다면 정자 기증을 안했을 사람들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가난한 계층의 착취라는 사회문제도 일어난다. 결국 욕심에 맞는 정자를 쇼핑하는 절차로 이어져 우생학과 상업화를 막을 수 없다.

인공 출산 기술은 가정과 국가를 위한 놀라운 선물이었다. 수많은 가정이 자녀를 낳아 기쁨을 누리고 건강한 국민을 양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윤리 기준을 벗어난 기술은 인간의 존엄성을 동물 수준으로 전락시킨다. 생명이라는 고귀한 목적이 있어도 모든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비혼 여성에 대한 시술은 사회질서를 혼란하게 하고 아동의 권리를 침범한다. 인간을 상품화시키게 된다. 

 의사들은 윤리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가 했다고 고민 없이 따라가면 안 된다. 의술의 본질과 목적에서 벗어나 사회질서를 어지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낙태도 마음대로, 결혼 없는 출산도 마음대로 하자는 여성 권리주의자들의 책임 없는 목소리에 휘둘리면 안 된다.

건강한 결혼을 장려하고 양친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자라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여론이 커진다 해도 정당하지 않은 요구는 받아들이면 안 된다. 건전한 가정구조의 위협, 아동의 권리 침해, 그리고 인간의 상품화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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