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독감 사망자 252명·흔한 합병증인 폐렴 사망자 2만3000명…그래도 백신은 맞아야 한다
‘사망자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중 하나’…사망 원인, 철저 조사 병행 ‘백신 신뢰’ 되찾아야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독감 백신을 접종한 이후 사망하는 사례가 계속 방역당국에 보고되고 있다. 21일 17시 기준 질병관리청에 보고된 사망사례는 총 9건으로 역학조사와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이 진행 중이다.

독감 백신 접종 이후 사망사례 보고는 백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 증가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백신과 관련한 큰 이슈가 없었던 지난 3년간(2017~209년) 독감 백신을 접종한 이후 사망사례 보고는 총 6명으로, 해마다 2명씩 발생했다.

이에 반해 지난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 유행 당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사례 보고는 8명이었다. 이 가운데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확인돼 피해보상을 받은 사례도 한 건 있다.

사실 방역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백신 접종 후 사망 등으로 인해 백신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백신 접종률이 추락하는 것이다. 백신은 감염병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인 무기 중 하나다. 당장 작년 한 해 천만 명이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을 통해 접종했던 독감백신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작년에 기록했던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252명인데, 최소한 252명보다 많은 사람들의 사인이 독감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한 해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2만3000여 명이다. 폐렴은 의료진이 독감의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꼽는 질환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독감으로 시작된 폐렴은 치명적이다.

또한 학계에서는 독감과 관련된 사망률이 실제보다 1/3 수준으로 과소 보고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머지 2/3는 다른 원인, 특히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보고된다.

이렇듯 독감 백신은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다. 그렇다고 마냥 국민들에게 ‘독감 백신 무조건 맞으라’고 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 또한 ‘그래도 백신은 맞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이유로든 추락한 신뢰는 다시 만회하기 위해 갑절의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망 원인에 대한 철저 조사가 병행돼야 하며 투명한 정보 공개, 불신에 대한 지속적이고 끈질긴 설득과 이해의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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