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활화 백신, 25℃서 2주 버텨…정부는 ‘문헌 근거·실제 검사 모두 철저히 체크’ 입장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인플루엔자 백신 국가예방접종이 유통과정 문제로 인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상온에 노출된 독감 백신 변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근거가 제기됐다.

공공 보건과 백신 관련 국제 기구인 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가 보유하고 있는 자료 ‘기허가 백신 안정성 데이터 요약본(Summary of stability data for licensed vaccines)’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백신의 25℃ 안정성이 품목에 따라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세 달까지 역가(효과)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PATH가 25℃ 안정성 데이터를 밝힌 백신은 GSK의 플루아릭스, 크루셀의 인플렉살 브이, 사노피의 박시그리프주 등이다.

자료에 따르면 GSK 플루아릭스는 25℃에서 2주간 노출된 경우 물리적 변화가 있다고 보고됐다. 지금은 유통되지 않는 크루셀의 인플렉살 브이는 4주간 25℃ 노출을 견뎠으며, 사노피 박시그리프는 2주간 25℃ 노출 시 물리적 변화가 생겼다.

PATH에 나와 있는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 'Available stability data' 표 중 일부. 하단 요약 부분에 '불활화 인플루엔자 백신은 상온에서 몇 주 동안 안정적일 수 있다(Inactivated influenza vaccines can be stable for several weeks at room temperature)'고 표기돼있다.

PATH의 자료 정리는 지난 2011년 국제학술지 Vaccine 지에 실린 ‘분광 및 현미경 검사 방법에 의해 조사된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의 안정성(Stability of seasonal influenza vaccines investigated by spectroscopy and microscopy methods.) 자료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문헌은 인플루엔자 백신에 25℃ 2주 이상 노출과 37℃ 하루 노출, 동결과 해동 등의 스트레스를 준 안정성 변화 결과를 정리했다.

문헌에서 언급되는 인플루엔자 백신들이 올해 NIP 품목은 아니다. 다만, 불활화 백신으로서 같은 기전인 경우, 안정성가 품목간 크게 차이는 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와 학계의 분석이다. 당장 NIP 물량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녹십자 백신 또한 불활화 백신이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25℃ 설정 연구는 이번 독감백신 상온 노출에 중요한 연관성을 지닌다. 방역당국은 외부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될 때 고온에 노출된 것이 아닌,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백신업계 관계자도 “문제된 백신이 한여름철이 아닌 선선해진 날씨 속에서, 그것도 아침에 상온노출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백신업계는 ’생각보다 폐기를 고려해야할 물량이 많지 않거나 거의 없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백신 유통 관계자는 “절차를 지키지 않아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맞지만, 실제로 그 피해(폐기 등)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폐기 물량이 나온다 하더라도 온도 외의 요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관련 자료가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쉽게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 또한 백신업계와의 설명을 통해 ’기존 근거에만 의지하지 않고 철저히 두 가지(25℃ 안정성 근거와 문제되는 백신의 샘플링 검사) 모두 체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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