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1회만 사용하고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도덕적 결론 내릴 수 없다”

[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일회용 금속성 척추 천자침을 재사용했다는 이유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은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전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보건복지부가 2018년 3월 7일 의사A씨에 대해 내린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의사A씨는 경막상 주사 또는 척추 후지내측지 신경 차단술의 시행 등에 ‘천자침’을 사용해왔다.

2016년 2월 26일 의사A씨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금속성 척추 천자침 재사용 행위의 문제점을 지적받았지만, 그 이후에는 천자침을 1회씩만 사용하고 재사용하지 않았다.

의사A씨는 2017년 2월 23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조사를 다시 받으면서도 이 문제점이 언급되지 않았으며 그로부터 상당 기간이 흘러 제재처분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척추 천자침 재사용 행위가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으로서 의사의 품위 손상 행위의 한 유형인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처분했다.

의사A씨는 이 사건이 신뢰를 해친다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1심에서 법원은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1심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법원에 따르면 처분사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의사A씨가 법령상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해서는 안 될 의무를 부담하고 있거나 사회통념상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음이 인정돼야 한다.

재판부는 의료기기에 ‘일회용’이라는 표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인이 그 의료기기를 재사용해서는 안 될 법령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사A씨가 천자침을 재사용 행위를 한 이후인 2016년 5월 29일에 의료법이 개정돼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 및 그 위반에 대한 제재처분 근거 법령이 신설됐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 대한 재사용 금지 의무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사실 이 법률 개정 이후 ‘모든 일회용 의료기기’에 대한 재사용을 금지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 여러 논의가 있어왔다.

이에 2020년 3월 4일 ‘일회용 의료기기’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기'를 말한다고 다시 개정된 바 있다.

재판부는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에 대해 법령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강화된 규제 아래에서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일회용 의료기기만 재사용이 금지되고 나머지는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이어 재판부는 “일회용 의료기기의 재사용은 다른 일회용품의 재사용과 달리 1회만 사용하고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도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천자침은 재사용으로 인해 기능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오토클레이브 등을 통한 멸균 소독이 이뤄진다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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