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뇌간이식 기기가 현저성 네트워크 부위 억제…‘보존‧약물 치료 선행 전제’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이명 증상이 호전되는 원인을 밝혀내 주목된다.

송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사진)는 벨기에 앤트워프 대학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인공와우 또는 청성뇌간이식 수술로 이명이 개선되는 원인을 밝혀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진은 일측성 난청 및 심한 이명으로 인공와우와 청성뇌간이식 수술을 받은 56세 벨기에 환자를 11년간 추적 관찰, 이명이 호전되는 기전을 대뇌 수준에서 규명했다.

2008년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이 환자는 와우(달팽이관)의 심한 골화(달팽이관 내부 공간이 염증으로 인해 골 조직으로 대체되는 현상)로 인해 전극을 일부만 삽입할 수 있었고, 수술 후 난청 및 이명의 호전이 크지 않자 2013년 청성뇌간이식을 추가로 시행했다.

그 후 5년간의 추적 관찰 결과,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음질의 정도는 보통 단계까지 크게 향상됐고, 이명 정도를 평가하는 수치등급척도 항목에서도 8점(최고점)에서 4점으로 증상의 정도가 50% 감소해, 난청과 이명 모두 크게 호전됨을 확인했다.

또한 청성뇌간이식 기기를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 대뇌의 혈류를 양전자 단층 촬영(PET)을 통해 비교한 결과, 청각 기억을 담당하는 대뇌 부위인 측해마(parahippocampus)와 이명 증상을 중요한 감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현저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의 대사가 기기를 사용할 때 크게 저하됐다.

즉 청력 손실의 정도에 따라 이명의 주된 원인이 되는 측해마와 현저성 네트워크 부위를 청성뇌간이식 기기가 억제함으로써 이명이 호전되는 근거를 확인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의 저자로 참여해 신경영상 분석을 담당한 송재진 교수는 “인공와우나 청성뇌간이식을 통해 이명이 호전되는 기전을 대뇌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가 크다”며 “하지만 이러한 수술은 보존적인 상담 및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충분히 시행한 후 적어도 6개월 이상 큰 효과가 없고 증상이 매우 심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교수는 “난청과 이명은 환자 개개인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치료법과 치료결과가 모두 다르다”며 “수술로 호전될 수 있는 이명의 정도를 정확히 예측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및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정밀의학적 치료 방향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송재진 교수의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이과학&신경이과학(Otology&Neurot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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