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2조원 이상 적자 발생…최선정 장관 전격 경질·재정 건전화 이유로 저수가 기조 지속돼

사진은 보건복지부 의약분업 비상 추진본부 현판식 모습.

장관 경질까지 이어진 ‘건강보험 파탄’, 저수가의 시작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의약분업이 이뤄진 2000년 이전부터 건강보험은 만성적인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2000년 8월 의약분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후, 같은해 12월까지의 경상의료비(보험급여)는 전년 동기 대비 57.8% 증가한 약 1조5587억원에 달했다. 같은해 건강보험 재정은 약 2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급여 지급 증가에 따른 재정 악화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2조원의 재정적자의 원인은 여럿 있지만 의약분업과 급격한 수가 인상 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당시 정부는 의약분업 실시를 위해 요양급여 수가를 총 4차례에 걸쳐 41.5%를 인상했다.

사진은 국립의료원에서 처방전을 받은 환자가 약국에서 투약과 함께 복약 지도를 받는 모습

방만한 보험재정 관리에 대해 청와대와 국무총리부터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까지 서로 남탓하기에 바빴다.

당시 이한동 국무총리는 대놓고 ‘잘 된다고 보고했던 보건복지부에게 속았다’며 분개했으며 민주당에서는 복지부 장관 교체를 외쳤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선 ‘의약분업이 대선공약이라고 밀어붙이지 않았냐’면서 억울해했으며 건강보험공단은 ‘재정운영 잘못이 아닌, 수가만 올린 복지부와 정치권 탓’이라고 반박했다.

엉겁결에 건보재정 파탄의 책임자로 떠밀린 의료계는 ‘정부가 의약분업을 강행하고 재정 파탄의 책임을 수가 인상에서만 찾는다’고 반박했다.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당시 복지부 장관이었던 최선정 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국회의원 출신인 김원길 장관을 임명했다. 이후 정부는 각종 재정안정 대책과 3조원 이상의 국고지원 확대, 수가 인하, 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2003년 당기흑자 1조원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건보재정의 파탄은 정부의 장기간에 걸친 수가 인상 억제로 이어졌다. 2000년에 이뤄진 급격한 수가 인상 이후 의료계는 저수가에 계속 시달려왔다. 장기간에 걸친 저수가 문제는 2010년대 의원급 의료기관 폐업률 10%를 기록하는 등 의료계의 위기가 이어졌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급증 현상도 함께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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