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동반 환자에 우선 권고, 기저 인슐린과는 동일선상에…국내 진료 지침 내 입지 강화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당뇨병은 여러 계열의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치료에 대한 옵션이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해 혈당을 관리하는 맞춤형 치료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외 주요 당뇨병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반영됐다.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혈당 관리와 함께 환자가 동반하고 있는 다양한 질환들의 통합적 관리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임상을 통해 각 치료제 계열이 가진 특징적 효과와 치료적 이점뿐만 아니라 치료제 별 부가적인 혜택들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와 미국당뇨병학회(ADA)는 각각 진료지침을 통해 메트포르민 단독 요법을 통한 1차 치료를 일정 기간 동안 진행했음에도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아 목표한 당화혈색소 수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다른 계열의 약제를 추가해 2제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이어나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추가 약제를 선택할 때에는 심혈관계 질환 등의 동반질환을 고려해야 함을 명시했다.

각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우선 권고되는 2차 치료제 중 하나가 바로 GLP-1 유사체다. 특히 대한당뇨병학회는 약물 요법 중 하나로 GLP-1 유사체에 대한 별도의 항목도 마련해 구체적인 처방 지침을 제시하면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는 GLP-1 유사체 또는 SGLT-2 억제제 중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대한당뇨병학회는 혈당 관리가 당뇨병 치료의 주요 목표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심혈관질환 등 동반질환 관리 중요성이 부가적으로 강조됨에 따라, 주사 치료에 있어 GLP-1 유사체를 적극적인 혈당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 기저 인슐린과 동일선상에서 고려하도록 권고했다2. 기저 인슐린이 주사 치료의 1차 옵션으로 권고되던 과거에 비하면 GLP-1 유사체의 입지가 보다 강화된 것이다.

이외에도 GLP-1 유사체는 지난해 9월 유럽심장학회(ESC)와 유럽당뇨병학회(EASD)가 공동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도 SGLT-2 억제제와 함께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초고위험군 및 고위험군 제 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심혈관 사건 발생을 감소시키는 목적으로 새롭게 권고되며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GLP-1 유사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GLP-1 유사체가 가진 다면 발현성에 기반한 효과와 안전성 때문이다. GLP-1 유사체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 치료의 1차 목표인 당화혈색소 감소에 효과가 있으면서도 저혈당 발생이 적다.

음식 소화에도 관여해 위장관 배출 속도를 늦춰 공복 및 식후 혈당 조절에도 도움을 주며,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감소시키는 장점도 있다. 또한, GLP-1 유사체는 인슐린 자체를 직접 체내에 주사하는 인슐린 주사제와 달리 혈당에 의존해 인슐린 분비를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에 환자가 고혈당 또는 저혈당 상태에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뿐만 아니라, 일부 GLP-1 유사체는 주요 심혈관계 이상반응의 최초 발생까지 기간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GLP-1 유사체의 개발 초기에는 하루 1~2회 주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용에 다소 제한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주 1회 GLP-1 유사체인 ‘트루리시티’를 통해 투약 횟수가 줄어들어 환자의 복약 편의성이 개선됐다.

▲‘트루리시티’, 주 1회 투여 편의성·효과·안전성으로 GLP-1 유사체 시장 장악

트루리시티 1.5mg, 0.75mg

한국릴리의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는 국내에 성인 제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개선을 위한 식이 요법과 운동 요법의 보조제로 허가되어 있다.

2016년 국내에 출시된 트루리시티는 GLP-1 유사체 시장에 비교적 늦게 진입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주 1회 투여라는 높은 투약 편의성,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와 안전성을 바탕으로 2019년 4분기 GLP-1 유사체 시장에서 85.9%의 점유율을 보이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IMS 헬스 데이터 기준).

트루리시티의 우수한 혈당 강하 효과와 안전성은 다년간의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당뇨병 치료를 위한 단독요법부터 인슐린과의 병용요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 단계에서 확인됐다.

AWARD-2 연구에서는 인슐린 글라진과의 직접 비교를 통해 인슐린 글라진 대비 높은 당화혈색소 감소 및 체중 감소 경향, 낮은 저혈당 발생이 확인됐다. 인슐린 글라진 병용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한 AWARD-9 연구에서도 위약보다 당화혈색소 감소 및 체중 감소 경향이 높게 나타나, 이는 트루리시티가 인슐린 병용투여 보험 급여를 확대하는 근거 데이터로 작용하기도 했다.

또한 트루리시티는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24개국 제 2형 성인 당뇨병 환자 9,9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심혈관계 결과 임상시험(CVOT; Cardiovascular Outcome Trial)인 REWIND 연구 결과를 통해 심혈관 질환을 동반했거나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있는 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계 이상반응의 최초 발생까지 기간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REWIND는 GLP-1 유사체 계열 치료제 중 최장 기간(중앙 추적 기간 5.4년)에 걸쳐 진행된 심혈관계 결과 임상시험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한 많은 수의 환자가 심혈관질환을 확진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심혈관계 이상반응(MACE; 심혈관계 관련 사망, 치명적이지 않은 심근경색 또는 치명적이지 않은 뇌졸중) 최초 발생까지 기간의 위험을 12%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GLP-1 유사체 계열 치료제들이 국제적 규모, 비슷한 주제를 가진 CVOT 연구 결과를 보유하고 있지만, 트루리시티의 CVOT 연구인 REWIND 연구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연구 디자인이 일반적인 제 2형 당뇨병 환자의 특징을 보다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REWIND는 다른 CVOT 연구 대비 ▲여성의 높은 비율 ▲심혈관계 질환 확진 병력이 없는 환자의 높은 비율 ▲베이스라인 기준 HbA1C 평균이 낮은 참가자의 포함이라는 측면에서 전세계의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제 2형 당뇨병 환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트루리시티는 치료적 효과와 안전성 측면 이외에도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크게 개선시키며 당뇨병 주사 치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환자 중심적 설계로 별도의 용량 조절 필요 없이 주사제 상단의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주사 바늘이 자동으로 삽입되고, 주사 바늘이 제품의 외관에서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어 환자들의 자가 주사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켰다.

▲ ‘솔리쿠아’, 하루 한 번 기저인슐린과 GLP-1 RA 동시 투여하는 최초의 고정비율통합제제

솔리쿠아-30-60펜-패키지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솔리쿠아(성분명: 인슐린 글라진, 유전자재조합 100 U/mL 및 릭시세나타이드 50μg/mL)’는 국내 최초의 고정비율 통합제제로, 1일 1회 투여로 기저 인슐린과 GLP-1 유사체를 함께 투여할 수 있는 치료제이다.

기존의 메트포르민과 다른 경구 혈당강하제의 병용 치료, 기저인슐린의 단독 치료 또는 기저인슐린과 메트포르민 병용 치료로 혈당 조절이 어려운 성인 제 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된다.

솔리쿠아는 두 가지 이상의 성분을 하나의 주사로 투여하는 간편한 치료법으로 환자 편의성을 제고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10-40펜에 이어 30-60펜을 새로 출시해 인슐린 필요량이 적은 환자에서 많은 환자까지 폭넓은 치료가 가능해졌다.

인체 내 다양한 조직에 작용하여 인슐린과 GLP-1 억제제의 상호보완적 기전을 통해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임상 연구를 통해 기저 인슐린 또는 경구혈당강하제로 목표 혈당 도달에 실패한 환자에서 그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기저인슐린 단독 투여군과 비교한 LixiLan-L 임상 연구에서는 30주차 시점에서 솔리쿠아 투여군의 절반 이상(55%)이 당화혈색소를 7% 미만으로 감소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인슐린글라진 단독 투여군(30%) 대비 약 2배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기저인슐린 및 GLP-1 RA 단독 투여군과 비교한 LixiLan-O 연구에서는 30주차 시점에서 베이스라인(8.1%) 대비 솔리쿠아 투여군 평균 당화혈색소가 6.5%로, 인슐린글라진 U100 단독 투여군(6.8%) 및 릭시세나티드 단독 투여군(7.3%) 대비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가 높았다.

이 같은 임상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솔리쿠아는 출시 2주년을 맞은 현재까지도 허가사항 대비 제한적인 급여기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현재 급여기준으로는 솔리쿠아는 반드시 경구제로 혈당조절 실패한 환자가 기저인슐린으로도 치료 실패를 겪어야 사용 가능하다. 경구제 이후 바로 쓰고 싶어도 급여 처방은 불가능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솔리쿠아의 현 급여기준에 대한 적절성을 두고 계속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급여기준 확대 논의는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보다 강력한 혈당조절이 필요한 일부 환자의 경우 솔리쿠아를 쓰기 위해 불필요하게 경구제 및 인슐린 단계를 거쳐야 하는 비효율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빅토자’, GLP-1 짧은 작용 시간 개선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의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는 1일 1회 투여하는 GLP-1 유사체로 2012년 국내에 출시됐다. 출시 당시에는 GLP-1의 짧은 작용 시간을 개선시킨 최초의 1일 1회 투여 GLP-1 유사체로,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개선시키면서도 혈당 감소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 소개됐다.

빅토자는 LEADER 임상 연구로 장기적 심혈관계 안전성과 우수성을 확인해 2017년 FDA로부터 제 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위험을 감소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ELLPISE 임상 결과를 근거로 제 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에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빅토자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는 제 2형 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노보 노디스크는 리라글루타이드의 체중감량 효과에 착안해 이를 비만 치료제 ‘삭센다’로 재개발했다. 삭센다는 빅토자가 보유한 장기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 2019년 글로벌 및 국내 시장 1위에 올랐다.

한편, 노보 노디스크는 빅토자의 후속 제품으로 주 1회 투여하는 GLP-1 유사체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개발했으나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며, 주사제인 오젬픽과 동일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경구용 제제 ‘라이벨서스’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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