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신약개발의 미션은 인류의 건강증진과 새로운 질환의 치료다. 고령화 등 사회 환경이 변하고 진단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동안 예측하지 못했던 희귀질환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감염병으로 인한 펜데믹도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미 충족 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s)에 의한 신약개발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의 중요성 또한 더해지고 있다.

중개연구는 기초 및 원천 신기술, 임상시험 결과의 분석에 의해서 밝혀진 질병 병인의 이질성과 다양한 약물반응을 보이는 환자 특성의 기전 연구를 응용하는 양방향의 연구 방식이다. 중개연구를 통해서 신약개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신물질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서 질병을 치료하는지 임상데이터로 설명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의 진입장벽을 넘을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오픈이노베이션의 도구 중의 하나가 의과학에 기반 한 중개연구다.

임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병목중의 하나가 임상시험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그 연구의 타당성과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일지를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상설계가 잘 된 연구는 다양한 방법으로 통계·분석이 가능하여 논리적인 보고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다국적제약회사는 물론, 바이오벤처기업의 연구원들은 임상시험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미흡한 부분은 FDA(미국식품의약국) 등 규제기관이나 임상 전문용역기관(CRO)과 수시로 협의하면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다수 신약개발 연구원들은 신물질의 약효검증 여부에만 집중해 왔다. 대체로 전 임상 동물실험에서 사람 대상 임상시험으로 넘어가는 단계의 임상설계 수준은 다국적제약회사 연구원 대비 떨어진다. 연구원들이 임상시험의 설계와 통계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반면에 글로벌 신약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1980년대 초반부터 기업은 물론, 공공 차원에서도 중개연구 지원에 각별한 지원을 기울여 오고 있다. NIH(미국국립보건원) 산하기구로서 NCATS(the National Center for Advancing Translational Sciences)를 설립하고 중개연구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들을 완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약연구개발 중개연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기초연구(early stage research)부터 제품화(realization)까지 연계시키는 중개연구를 통해서 기술의 시장진입 단절을 극복해야 한다. 신약개발의 성공과 실패를 교훈삼아 우리나라 연구개발 환경에 적합한 가치사슬 모델을 만들어 보건경제의 성과를 이뤄야 한다.

우리나라의 신약연구개발 시스템 오픈이노베이션 공동체 연계가 더욱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바로 이 때가 산·학·연·병의 협력을 통해서 기업수요에 맞춘 혁신신약 연구개발의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어야할 시점이다.

기업은 별도의 임상팀을 두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임상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서 임상시험에 착수해야 한다. 임상팀을 갖춘 기업이라면 임상전문가를 늘려야 한다. 치료물질과 약효·안전성 임상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연계시켜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야 글로벌 인허가와 해외 기술이전수출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부는 전 세계 환우들을 위하여 의과학에 기반한 중개연구와 관련된 제도와 규정 정비, 기획 단계부터 보건경제적인 부가가치 창출을 고려한 연구개발 프로그램 마련, 신약 파이라인을 연구하고 있는 바이오벤처 스타트업과 기업의 제휴,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질환분야에 대한 자금 투자, 잠재 투자자 확대 등 바이오헬스산업계의 글로벌 신약 출시의 연구개발가치사슬 환경 조성을 2020년에는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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