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현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의학신문·일간보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11일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WHO 팬데믹 선언은 11년만으로,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1만4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인플루엔자(H1N1) 이후 이번이 3번째다. 팬데믹 선언 이후로도 급속도로 전파되어 4월 1일 현재 전세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국 총 206국, 확진환자 총 84만2024명, 사망자 4만1270명에 이르고 있다. 1918년 전세계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의 비극을 떠올릴 정도로 감염병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금번 사태가 보건의료적 위기를 넘어 전세계 정치와 경제 전반에 걸쳐 넓고도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 3월 20일자에서 ‘사피엔스’ 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금번 세대 최악의 위기로 규정했다. 아울러 감염병 위기가 전체주의적 감시체계 도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일부 국가의 코로나 발병 억제를 위한 광범위한 감시 시스템 확대가 자칫 ‘빅 브라더’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섬뜩한 메시지다.

정부가 유비쿼터스 센서와 강력한 알고리즘을 이용한 24시간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하여 사람들을 감시하고, 규칙을 어긴 사람들을 처벌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들이 이미 개인 스마트폰을 감시하고, 수억대의 얼굴 인식 카메라를 사용한 체온과 의료 상태 보고를 의무화함으로써 시민들의 동선 추적체계를 만들고 있다. 감염병 위기가 잦아든 이후에도 기업과 정부가 시민의 생체 정보를 일괄적으로 수집한다면, 인간의 감정 예측뿐 아니라, 심지어 감정을 조작하고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팔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유발 하라리는 모든 시민이 24시간 생체 인식 팔찌를 착용해야 하는 ‘2030년의 북한’을 상상해 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염병 사태 초기부터 확진자 동선 공개를 둘러싸고 인권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방역당국 및 지자체는 역학조사를 거쳐 이들의 이동경로와 수단, 접촉자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환자의 개인정보 조회와 이동경로 공개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법 제34조 2조(감염병위기 시 정보공개)는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주의 이상의 위기 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및 수단, 진료의료기관과 접촉자 현황 등 국민이 알아야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 게재 또는 보도자료 배포 등의 방법으로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공공기관 등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파력이 매우 높은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동선 공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크지만 구체적인 동선 공개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이 상세하게 노출되는 등 개인정보 침해 우려 또한 이어졌다. 온라인에서는 환자의 동선을 언급하며 비방하는 경우까지 발생했고 사실과 무관한 정보들까지 일파만파 퍼졌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확진자의 동선 공개 과정에서 사생활 정보의 과도한 노출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좋든 싫든 세계 역사가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경제 위기 및 각국의 정치 리더십에도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않은 가운데, 감염병 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감염병 위기 극복에 있어 민주주의 사회 정립과 전세계 국가 및 시민 간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믿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나, 글로벌 경제가 바이러스 사태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바이러스 이후의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미증유(未曾有)의 위기가 곧 극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금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와 전세계에 회복과 치유의 계절이 어서 찾아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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