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 조건 부합 안되는데도 불구 10억원 투입…현실적인 개발 역량도 ‘미지수’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보여주기식 정책을 위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 국립보건연구원(직무대리 박현영)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 과제를 긴급 공고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치료용 항체후보물질 발굴에 1개 과제,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 관련 3개 과제로 총 4개 과제가 학술연구 개발용역의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비는 올해 4억5700만원이 책정됐으며, 총 1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백신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갑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백신을 만들만한 조건이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신종 감염병 등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을 개발할 때는 전세계적인 유행뿐만 아니라, 이러한 양상이 반복되고(반복성) 토착화 혹은 지역화돼야 백신 개발의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신 개발 임상 전문가는 “지난 2002년부터 유행했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경우에도 유행 당시 백신 개발이 진행됐지만, 몇 년 전 백신 개발이 사실상 성과 없이 종료됐다”면서 “지난 2012년 중동서부터 유행했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또한 지금 개발이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두 질환 모두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19와 같은 성격의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다.

이와는 반대로 해마다 생명을 위협하는, 반복되는 유행성 질환이 있으니 다름아닌 인플루엔자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번 겨울에만 인플루엔자로 인해 약 1만40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국내 또한 보건 전문가들에 따르면 매해 겨울철에 직·간접적으로 2500여명이 인플루엔자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는 대부분 노령층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인플루엔자는 현재 해마다 백신이 공급돼 예방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와는 아직까진 결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적은 예산과 바이러스 접근성도 문제다. 현재 공고된 백신 관련 과제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끈다 하더라도 실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선 첩첩산중을 넘어야 한다. 당연히 추가적인, 대규모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직접 바이러스를 다루면서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은 국내에 BL3 시설을 갖춘 기관, 즉 질병관리본부 외 1개소밖에 없다. 나머지 연구기관들은 BL2 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DNA 백신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에는 이러한 특수백신을 개발할만한 기술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게 관련 연구자의 지적이다.

결국 이번 연구과제는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모습을 전방위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쇼’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백신 개발 연구자는 “백신 개발의 기초도 모르면서 단지 대국민적으로 보여주기식 행정을 펼치기 위해 수억원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