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낮병동·왕진·재활의료기관 지정…의료계 반응은 ‘취지 환영’과 ‘독소조항 우려’로 나뉘어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환자치료 보장성 강화 등을 이유로 신영역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사업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과 ‘악마의 디테일’을 걱정하는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각각의 사업 행보가 주목된다.

8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일차의료 왕진수가 시범사업과 정신응급의료기관·낮병동 관리료 시범사업 참여기업을 모집 중이다.

일차의료 왕진수가 시범사업은 현행 진찰료 수준의 왕진료에 별도로 수가를 책정해 지급하는사업이다.

복지부는 왕진료에 별도 행위 산정이 안되는 방식으로 11만5000원을 책정했으며 왕진료 8만원에 추가적인 의료 행위 비용을 받을 수 있는 방식도 제시했다.

당초 왕진수가 시범사업은 대한의사협회의 반대로 인해 일선 의료기관의 사업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복지부 측은 의협 반대에도 불구 상당수의 기관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신응급의료기관·낮병동 관리료 시범사업은 그간 수가 보전이 불충분했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낮병원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 위해 도입한 사업이다.

복지부는 정신응급환자에 대한 대응력이 있는 기관에 대해 일정 수가를 인정해 지급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제시한 낮병동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기관에 대해 관리료를 책정해 지급할 계획이다.

그간 정신응급환자 대응과 낮병동 프로그램 운영은 일선 의료기관의 ‘희생과 봉사’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 복지부와 의료계의 입장이다.

환자거부권이 없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다학제 접근이 필수적인 정신응급환자 내원을 어려워해 고질적인 문제점을안고 있었다. 낮병동 프로그램은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었지만, 환자치료효과를 고려해 도입하는 의료기관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몇 차례의 시범사업 후 내년부터 본사업으로 접어드는 사업도 있다. 복지부는 빠르면 내년 초부터 재활의료기관 지정사업을 개시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차 서류 심사를 마친 후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렇듯 복지부는 정신질환자와 의료 격오지, 재환파트 등 그간 다소 소외됐던 환자에 대한 치료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 구조상 의료기관과 해당 종사자분들의 희생으로만 이뤄지던 분야에 대해 정부가 좀 더 환자분들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는 ‘큰 틀에서는 환영하지만, 몇몇 독소조항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왕진수가 시범사업은 의협이 공식적으로 ‘중증환자에 대한 재택의료 서비스와 일차의료 왕진서비스에 대한 의료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재택의료 활성화 추진 계획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의 반대 이면에는 논의 과정 속에서 불거지는 세부 조항에 따른 불이익 등이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신응급의료기관·낮병동 시범사업 또한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 과정에서 수가 수준에 대한 불만족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복지부가 시범사업 참여 기관을 공모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기관이 응할지는 아직까진 불확실하다.

재활의료기관 지정 또한 시범사업을 몇 차례 실시했음에도 불구, 평가 받는 의료기관 간 형평성 문제 등이 일각에서 불거지는 등 잡음이 생기도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좋은 취지를 갖고 사업에 뛰어느는 것도 좋고, 의료계 또한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를 만들 수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사업 시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복지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가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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