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특성 반영 연구개발비 투자 기준 ‘완화해야’…수가 등 실질적 지원책도 필요
의료기기 체계적 지원 위한 종합육성계획 토대 마련은 성과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물론 보건의료산업 전반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의료기기 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났다.

‘첫 술에 배부르랴’ 의료기기 분야 기술의 개발이 혁신의 가치를 갖기 위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당초 기대를 완벽하게 채우려면 갈 길이 멀다는 싸늘한 평가 속에 업체들이 원하는 세부적인 개선점들도 봇물처럼 쏟아져 향후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6일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내년 1월 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하위법령 제정안을 두고 의료기기업계 입장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약업계의 틀을 유지하면서 의료기기의 특성이 부여됐지만, 그동안 논의돼왔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국내 의료기기수입업체 A기업 임원은 “그래도 의료기기의 체계적 지원을 위한 종합육성계획과 정기조사에 대한 법적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의료기기가 국가가 주도하는 산업지원의 중장기적 지원안을 만든다는 것이며 국가산업의 한 축으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체계적 조사와 지원을 위한 정부 조직과 직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면 항시적 발전 방안이 논의 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의료기기 SW 개발 기업형 인증, 발상 전환으로 자율성 인정

더불어 의료기기의 특성을 반영한 부분은 허가에 대한 새로운 틀을 일부 수용했다는 점에도 집중했다. 그는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기업에게 주어지는 기업형 인증의 경우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 획기적 규제 틀로서, 기업이 정부가 정한 기준을 맞출 경우 개발과 변경에 대해 자율로 결정하고 출시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조건으로 품질체계와 범위가 정해져 있긴 하지만 상당한 자율성을 인정한 것으로 업체들이 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은 기술검증과는 별도로 혁신성을 인정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정책으로 희귀질환이나 대체 불가능한 의료기기에 대한 개발이나 창업의지를 주고자 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입법예고 기간에 산업계가 원하는 법령이 보완이 되길 바라는 부분들과 완성에 이르기까지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다수 등장했다.

먼저 대상이 되는 기업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구체적으로 선도형기업은 500억이면 소프트웨어 기업인증도 조건이 작더라도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국내 기업 중 500억 이상인 기업이 6%를 지출해야 된다하면 연구개발의 범위를 사용자 환경조사, 의사의 기술 향상, 제품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투자도 포함해 의료기기 특성에 맞는 R&D 항목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외국계는 혁신형 의료기기 인증 기업 신청 자체를 못해"

글로벌 의료기기 B제조사 관련 부서 담당자는 “업계의 관심사는 혁신형 의료기기 인증 기업의 지원 기준이 되는 연구 개발비 규모가 컸는데, 결과적으로 정부는 제약 보다 오히려 더 높은 연구개발비 투자 기준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혁신의료기기의 R&D 및 생산에 참여하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 투자 요건을 못 맞추더라도 인증기업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반면 외국계 기업은 연구개발은 한국에서 할지라도 생산까지 동시에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한국에 생산 공장이 없는 기업은 혁신형 의료기기 인증 기업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더불어 공익적 기업의 범위도 제품과 기술 대체뿐만 아니라 격지 오지 등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에 대한 지리적 소외, 갈수록 늘어나는 독거노인 등과 같은 사회적 소외 그리고 질병 증례 수에 따른 대상을 지정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요구도 눈길을 끌었다.

수가와 해외 임상 도움 등 구체적 지원사항 어디로?

기업에 판매를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항목으로 수가 등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제약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수가 혜택을 주도록 규정돼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의료AI 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과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수가와 해외 임상 지원에 대한 부분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지원사항에 대한 부분은 불투명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의료기기 혁신 간담회에서도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체감할 수 있는 큰 변화는 없었다”며 “AI 의료기기 가이드라인 제정 후 제정안으로 인해 혁신의료기기로 선정 시 제조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적 개선책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이나, 여전히 생태계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나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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