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골판지통 현장 안 맞아-비감염 의료폐기물 재활용·재사용해야
서울아산병원 최준호 혈관조영실 박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정윤 기자] “병원은 본래 환자를 진료하는 곳이지만 이제 환경을 잘 관리해 후손에게 물려준다는 소명의식을 가질 때입니다. 정부도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의료폐기물 저감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준호 서울아산병원 박사

최준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혈관조영실 박사(40, 방사선사)는 병원 종사자를 비롯, 병원, 정부가 합심해야 현재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의료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 박사는 자발적 저감화를 목표로 기초자료를 분석하고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해 지난 10월 초 환경부(한국환경공단) 주관으로 실시한 의료폐기물 분리배출 시범사업 간담회에서 사례발표를 해 주목받았다.

“혈관조영시술을 하면서 부서내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을 자세히 살펴봤죠. 다량의 의료폐기물이 발생되는 것을 보고 의료폐기물에 대한 인식도 조사와 분리배출 상황, 발생량 등도 파악했어요. 근데 제도상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최 박사는 병원 총무팀과 의료폐기물 처리 과정이나 원내 발생량 그리고 의료폐기물 지침서를 검토한 결과 현장에서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환경공단에 간담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분리배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최 박사의 생각은 의료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데도 제도상 허점으로 의료폐기물을 더 이상 감소시킬수 없다는 아쉬움에 닿아있다.

“뇌동맥류 시술을 할 때 ‘코일’을 사용하는데 수술대로 옮겨지기 전인 박스, 포장지, 코일을 감싼 플라스틱 등은 일반폐기물로 처리됩니다. 반면에 수술대로 넘어간 물품은 모두 의료폐기물로 처리하죠”

그는 무엇보다 일반폐기물로 변하는 물품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고 특히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물품도 고부가가치(코일 속 백금)가 있는 물품이 많은데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안되는 점이 아쉽다고 말한다.

“의료기관 평가 때 감염관리 평가점수가 높아 왠만하면 다 의료폐기물로 버리죠. 그런데 같은 수술대에 있는데 스테인리스 용기나 시술복은 소독 후 다시 사용하는데 다른 고가 물품들은 모두 의료폐기물로 버립니다. 낭비이고 의료폐기물 발생량을 늘리는 일이죠”

그는 병원 감염관리와 의료폐기물 관리시스템을 연동해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감염환자가 들어와 진료 또는 시술받은 프로세스에서는 모두 의료폐기물로 소각처리하고 비감염 환자의 시술 물품은 세척 소독 후 재사용하면 자원도 절약하고 폐기물 발생도 줄어들 것입니다”

최 박사는 현장 맞춤형 정책을 정부에 주문한다.

“한번 시술하면 56리터 짜리 네모난 일반폐기물 골판지(쓰레기통)가 꽉 찹니다. 진료가 우선이니 일반폐기물 골판지에 폐기물이 차면 의료폐기물 통에 버릴 수밖에 없어요. 병원 곳곳에 소형 압축기가 필요한 이유죠”

그는 네모난 골판지 통의 모서리 부분이 빈공간으로 남아 쓰레기를 더 많이 담을 수 없다며 둥근모양 골판지 통을 제안한다.

“비단 저의 경험 뿐이겠습니까. 폐기물 박스와 일반쓰레기통 디자인부터 변경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현장 맞춤형’ 정책을 펴는 일이 의료폐기물 저감을 앞당기는 일입니다”

최 박사는 "본업 외에 의료폐기물 분리배출이 사회 공헌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며 "항상 바쁜 혈관조영실 직원 전체가 의료폐기물에 대한 인식이 높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줘 힘이 난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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