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회, 마취전문간호사 마취행위 법제화 의견에 '의사만 가능한 일' 강조
간협·병협, 단독행위 등 무리한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에 반대 의사 표시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오는 2020년 3월까지 전문간호사 업무영역 법제화가 완료되어야 하는 가운데, 간호계 내부에서 업무범위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논의과정에서 간호사의 업무범위 확대 방안이 나오자 의사단체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대한간호협회와 마취간호사회가 주최한 ‘마취전문간호사 역할 정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 업무 법제화 필요성이 강조됐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에 따르면, 실제 마취 전문의 부족으로 병원에서는 마취전문긴호사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제대로 된 마취전문간호사를 배출해 낼 수 있는 양성기관이 부족해 간호사들을 임상에서 교육시켜 활용하고 있는게 국내의 현실이다.

이러한 의료계 실정에도 불구하고 마취전문간호사들은 의료법 위반의 불안한 경계선 위에 놓여있다.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의사로부터 위임 받았다고 하더라도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이므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2010년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간호계 관계자들은 법제화를 통해 마취전문간호사들을 보호할 것을 주장했다.

이처럼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논의에서 간호사의 마취행위 법제화가 거론되자 마취통증학회를 비롯한 의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31일 개최된 마취통증의학회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조춘규 법제이사는 환자안전을 위한 마취실명제 도입 등을 거론하면서 마취행위는 오직 의사에 한해서만 행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간호사 관련 의료법 개정을 의료계가 받아들인 것은 전문간호사라고 하더라도 간호사 업무범위 안에서 일을 해야한다는 규정 때문”이라면서 “마취행위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한 조 이사는 마취간호사의 행위는 어디까지나 마취전문의의 보조행위임을 강조하면서 마취전문간호사들과 서로 협력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한편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확대 문제는 마취영역에서만 국한되지 않을 조짐이다. 최근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지난 10월 31일자 중환자간호학회지에 전문간호사 업무범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과 캐나다, 대만의 전문간호사 제도를 참고한 이번 연구 결과에는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공통 역할에 의약품 처방권을 부여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간호협회 등 공식단체의 입장은 아니라고 해도 간호계 내부로부터 이 같은 연구가 발표되자 의사들은 또 한번 반발하고 나섰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의 처방권한은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고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라면서 “간호사에게 처방권을 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한발 물러선 간협·병협, 무리한 간호사 의료 행위 확대 반대

의료계나 의사단체들의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간호협회와 병원협회는 무리한 간호사 업무 확대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업무범위와 관련된 당사자 간 합의가 원만하게 된다면 모를까, 굳이 다른 직역에서 반대하는 업무까지 확대할 생각은 없다”라면서 기본 간호 업무에 충실하고 이를 제대로 보상받는 데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간호협회는 복지부와 전문간호사 업무영역 법제화 용역연구 공개를 준비 중에 있다.

실질적 인력부족을 이유로 전문간호사 업무범위 확대를 밝혔던 병원계도, 간호사의 ‘단독’ 업무 확대를 놓고서 '의사의 지도 하'에 하는 행위만 가능하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실제 의료계 임상 현장에서 행해지는 행위에 국한되어 법제화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 등 모호한 부분에 대한 업무범위 확대·법제화를 논의하자는 것이지 의사 지시도 없는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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