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유창훈 교수, ‘국내 전이성 췌장암 환자대상 임상 결과 가능성 보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췌장암은 갑상선암, 간암, 위암, 대장암 등 다른 암에 비해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 중 하나다. 초기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발견이 어려워 환자의 대부분이 수술을 받지 못할 정도로 진행이 된 4기 전이성 췌장암 상태로 병원에 방문한다.

췌장암은 약제가 제한적이어서 생존율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1차 치료가 실패할 경우, 굳이 예후가 나쁜 췌장암에서 연속적으로 약제를 변경하며 치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상황이다. 면역항암제를 통해 췌장암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

심지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과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이 대립하기도 하면서 결국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위한 2차치료 옵션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세르비에의 오니바이드(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의 임상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젬시타빈에 기반한 1차 항암치료에 실패한 국내 성인 전이성 췌장암 환자 86명을 대상으로 생존기간에서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이면서 전이성 췌장암의 새로운 치료 옵션의 가능성을 보인 것, 해당 논문은 저널 'Therapeutic Advances in Medcial Oncology'에 최근 게재되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아산병원 유창훈 교수(사진)는 “이번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동안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서 2차 항암제를 사용해 생존기간을 9개월 이상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면서 “4기 환자들의 평균 생존기간이 6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전이성 췌장암의 치료에 있어서 고무적이라고 볼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젬시타빈 기반 1차 치료에 실패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오니바이드, 류코보린과 5FU 병용요법으로도 비슷한 결과를 얻은 만큼 환자들에게 일찍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것을 권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했다.

이번 국내 임상은 2015년에 글로벌 3상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국내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데이터를 실사례를 통해 후향적으로 분석하고자 진행됐다. 당시 글로벌 임상에서도 국내환자들에게 오니바이드가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여 추가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유 교수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사용하다보면 전향적으로 진행된 글로벌 임상보다 성적이 좋지 않게 나오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비슷하게 나왔다”면서 “일부 치료제는 임상과 진료현장간의 효과 편차가 큰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이번에는 거의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방암, 폐암 환자들과는 성향이 다른데 유방암의 경우 환자의 전신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3상 임상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증명되면 실제 임상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면서도 “하지만 췌장암의 경우 환자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보니 임상 3상 결과가 좋더라도 실제 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일때가 많은데 이번 연구를 통해 전체 생존 기간 등에서 글로벌 3상 임상과 마찬가지로 개선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니바이드는 현재 비급여로 사용돼 환자들의 약제비 부담이 만만치않은 상황. 이에 유창훈 교수는 췌장암치료 환경개선을 위해 급여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데다가 고령 환자들이 많아 치료해도 생존기간이 길지 않는데 비용투자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약물노출빈도가 줄어드니 환자들의 치료성적이 좋지 않아 지속적인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른 암종은 1차요법에 이미 여러가지 옵션이 있는데 췌장암은 옵션도 적고 급여가 되는 약은 더욱 적다”면서 “일부 환자들만이라도 비용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췌장암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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