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의약품 전달에 간호인력 활용은 '편법'…'약사직능 패싱' 우려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최근 정부가 강원도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원격의료를 실시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약사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보건당국이 주요 보건의료 정책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약사직능과 충분한 논의없이 진행하면서 ‘약사 패싱’ 의혹을 지적하고 나선 것.

대한약사회(회장 김대업)은 지난 26일 오후, 대한약사회관에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지원 시범사업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이광민 정책실장은 “방문간호사를 내세워 약사업무 대체를 강요하는 복지부의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런 시도는 결국 사업대상자들인 만성질환자들의 건강에 큰 위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진정 국민건강을 목적으로 원격으로 시범사업을 도입하겠다는 이유라면 의약분업의 제도 속에서 직역의 전문가들에 의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정부는 원격의료 사업계획을 공개하고 의약품의 전달방식에 있어 간호인력을 활용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계획에 따르면 방문간호사는 환자를 방문해 원격의료를 진행하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국을 방문, 약사로부터 받은 약을 환자에게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방문간호사는 의약품의 수령은 물론 복약지도까지 담당하게 된다.

복지부는 약사법 24조에 따라 '약사의 복약지도는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구두또는 서면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약사사회는 약사에 의한 대면 조제·투약 및 복약지도가 배제된 편법적인 원격의료라는 입장이다.

특히 약사회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보건당국의 ‘약사 패싱’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1단계 노인커뮤니티케어)의 초안에서도 약사직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복지부는 약사들의 방문약료서비스를 시범사업에 결국 포함시켰지만 당시에도 약사사회 일각에서는 약대신설 등 주요정책 추진과정에서 ‘약사패싱’이 심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바 있다.

이광민 실장은 “원격지 만성질환자 관리의 핵심은 약사에 의한 적정 의약품 사용과 복약지도 임에도 불구하고 약사는 배제된 채 법적 업무범위를 벗어나있는 방문간호사에 의한 투약과 복약지도를 가이드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 정부에서 이미 원격의료에 대해 지적된 문제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복지부는 보건의료체계의 각 직역 간의 역할 및 전문성을 훼손하고 의약분업 취지에도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약사회는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원격의료라는 미명하에 의약품 전문가의 역할을 비전문가에게 맡기려는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실정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의약품 전문가와의 상호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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