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군 없고 질환과의 연관성도 불분명…시료 확보과정도 문제
요양병원협회 '의폐공제조합 보고서' 문제 지적…미국 등도 환자 기저귀 일반폐기물 처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최근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이하 의폐공제조합)이 요양병원에서 배출한 일회용 기저귀에서 각종 감염성균이 검출됐다는 연구 발표와 관련, 대조군이 없고 질환과의 연관성도 규명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폐공제조합은 지난 10일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연구책임자 서울시립대학교 이재영 교수, 위탁연구책임자 단국대학교 김성환 교수)에 의뢰해 전국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한 일회용기저귀를 조사한 결과 97곳에서 감염성균이 검출됐다는 중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의폐공제조합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105개 요양병원의 기저귀 중 폐렴구균, 폐렴균, 녹농균은 각각 80개, 18개, 19개에서, 대장균, 부생성포도상구균은 각각 69개, 55개에서 나왔다.

각종 화농성 염증, 패혈증 등을 초래할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은 74개 요양병원 기저귀에서 검출됐다는 게 연구보고서의 요지다.

의폐공제조합은 이런 연구 결과를 근거로 감염 우려가 낮은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일반폐기물로 전환하겠다는 환경부의 최근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요양병원협회는 11일 “의폐공제조합의 연구보고서가 감염 우려가 없는 일회용기저귀라 하더라도 일반폐기물로 분류해선 안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가 감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의폐공제조합이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우선 이번 연구보고서는 연구에 필수적인 비교 대조군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계획은 감염 우려가 낮은 치매, 만성질환 등의 환자가 배출하는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감염병으로 요양병원 격리실에 입원한 환자의 기저귀는 연구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일반 병실에 있는 환자에서 나온 기저귀와 일반인의 대소변에서 나온 시료를 비교 분석해 비감염병 질환자가 배출한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하는 게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연구보고서를 보면 이런 대조군과 관련한 연구가 전무하고, 선행연구조차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협회측 지적이다.

이번 연구는 시료 확보 과정에서도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구자는 요양병원의 ‘일반 병실’에 있는 환자들의 기저귀에서 시료를 확보해 감염성, 전염성, 위해성 연구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양병협은 결론적으로 보면 감염성 낮은 일반환자의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려는 환경부의 정책을 반대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이번 연구보고서에서 언급한 폐렴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건강한 사람도 보유하고 있는 ‘상재균’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이들 균을 감염 위험인자로 간주하면 일반인의 대변까지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소각 처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인플루엔자,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 등 감염병 환자들이 배출하는 기저귀는 의료폐기물로 소각처리하고, 이와 무관한 비감염성 기저귀에 한해 일반폐기물로 분류하자는 것이어서 국민들이 감염에 노출될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일본,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감염성이 없는 일반환자의 기저귀는 일반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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