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시범관리 대상은 고혈압·당뇨병

보건의료 선진화 앞당기자

만성질환관리제 시행 과제<1>

김국일

- 김국일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

우리나라는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더불어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만성질환 진료비는 18조 7천억원에 이르고, 이중 고혈압·당뇨병 진료비는 5조3천억원으로 지난 10년간 4.8배 증가하였다. 이러한 추세로 가면 2030년에는 고혈압·당뇨병으로 인한 진료비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2007년 이후 고혈압 조절률과 당뇨병 조절률은 답보상태이다. 또한 고혈압·당뇨병으로 인한 입원율은 OECD 국가와 비교하였을 때 고혈압은 인구 10만명당 130명으로 OECD 평균인 인구 10만명당 74명보다 1.8배 높으며, 당뇨병은 인구 10만명당 281명으로 OECD 평균인 인구 10만명당 138명보다 2배 정도 높다. 더구나 의료기술의 발달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점점 상승하고 있고, 교통의 편리성 등으로 인해 경증 만성질환자의 상당수가 수도권 중심의 대형병원으로 찾고 있다.

▲만관제 시범사업 1월부터 실시

따라서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만성질환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에서 동네의원 중심의 포괄적 관리체계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8년 6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추진단을 발족하고, 기존에 시행하던 만성질환관련 시범사업을 통합하여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2019년 1월 부터 실시하였다. 현재 74개 지역 2578개 의원이 본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총 9만3849명의 고혈압·당뇨병 환자에 대해 질환관리계획(Care Plan)을 수립하였고, 질병에 대한 이해 및 생활습관 교육·상담, 환자관리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이번 시범사업의 특징은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연간관리계획을 마련하고, 서비스 수가(①포괄평가 및 계획수립료 ②환자관리료 ③교육·상담료)를 개발, 기존 외과적 수술치료에만 적용하던 묶음수가(bundle payment)를 만성질환 관리(환자관리료)에 최초로 적용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체계적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팀 접근 진료기반을 마련하고자 케어코디네이터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시범사업이 확대되고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일부 전문가 및 학회에서는 교육·상담료가 묶음수가가 아닌 행위별 수가이기 때문에 동네의원 의사들이 교육상담을 포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의료계에서는 케어 프로세스 입력항목이 많고, 전산시스템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서비스에 대한 본인부담금 때문에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동네의원에서의 교육상담이 아직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 수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교육장소 부족 등 물리적 환경문제, 질환교육이나 상담시 서비스 수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 부족, 다양한 방식의 교육상담이 수가로 인정되지 못한다는 점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본인부담금 역시 환자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 이외에도 건강보험 재정 부담, 다른 질환으로의 확대 가능성 등을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내 미치료자 발굴 ‘협업’ 절실

시범사업의 대상 질환은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자의 혈압 조절률은 70.8%인데 반해, 전체 환자의 혈압 조절률은 46.5%에 불과하다. 따라서 혈압조절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치료받고 있지 않은 환자 특히, 30~40대의 미치료자를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사회 내 미치료자의 발굴은 동네의원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우므로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반면, 당뇨병 치료율은 고혈압과 유사하나 혈당 조절률은 고혈압에 비해 현저히 낮고, 치료자나 유병자가 큰 차이가 없다. 당화혈색소도 7.0% 미만으로 조절되는 경우는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약물적 치료 이외 생활습관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복합적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성·연령별로도 고혈압과 당뇨병의 조절률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령대는 30~40대가, 고혈압은 여성이, 당뇨병은 남성의 혈압 또는 혈당 조절률이 낮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범사업의 안정화를 위해 고혈압과 당뇨병의 관리 전략을 다양화하고, 환자, 의료계, 전문가, 직능단체 등 다양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단계별, 연차별 추진과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질환의 특성에 따라 고혈압과 당뇨병의 관리 프로토콜을 분리하고, 민간-공공의 협력체계도 강화하고자 한다. 연구과제 수행, 자료분석, 전문가협의회 운영 등을 통해 서비스 제공내용, 횟수, 수가 등의 차등화 방안을 마련하고, 동네의원 중심의 관리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과 공공이 협력할 수 있는 통합적 질환관리 모형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특히, 민간과 공공협력 모형 마련을 위해 올해 지역의사회-동네의원-보건소가 함께하는 지역사회 연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자 한다. 5월말에 시범 지자체를 선정하여 상반기 중 모형안을 마련하고, 하반기에는 시범적용을 할 계획이다.

▲케어코디네이터제 활성화 필요

또한 팀 기반의 만성질환관리 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 포괄적인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의사 중심의 환자관리가 아닌 팀 기반의 환자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는 동네의원의 간호사, 영양사에 대한 수가 지급체계 마련을 통해 케어코디네이터제도 도입 기반을 마련하였고, 5월 12일 현재, 263명(간호사 246명, 영양사 17명)의 케어코디네이터가 등록·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케어코디네이터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단순 지식전달이 아닌 실천 가능한 환자교육, 환자의 건강상태·심리적 상태 등을 고려한 맞춤형 상담, 건강상태 모니터링 등 다양한 환자관리 활동이 마련되어야 하고, 정부의 고용지원 정책개발, 수가 재검토, 인력 양성 및 역량강화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관련 직능단체, 학회, 기관 등과 함께 동네의원에서의 케어코디네이터 직무를 정의하고, 직무역량 분석을 통해 교육훈련과정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밖에도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용자 중심으로 전산시스템을 개선하고,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및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에 대한 통합모형도 검토해야 한다.

많은 분들의 노력과 시간, 고민으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시행할 수 있었다. 본 사업으로 가기까지 앞서 언급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지역사회 내에서 촘촘한 만성질환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금은 의료계, 학계, 정부 및 유관기관 모두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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