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자체평가 결과 공개…유일하게 ‘편향된 방향성’ 지적 명시

지난해 박능후 장관과 전혜숙 의원이 일련번호 제도 시행 애로사항 청취를 위해 신창약품을 방문한 모습. 전혜숙 의원은 일련번호 제도 시행에 대해 '중소 도매업체의 도산 등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의무화 시행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의 의약품 유통구조 선진화 정책 추진과 관련,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미흡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특히 미흡 평가의 원인이 이해관계자 중심 의견수렴 때문이어서 향후 정부의 후속 조치 향방이 주목된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공개한 ‘2018년 주요정책부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총 75개 사업에 대한 자체평가 결과 매우우수 5개(7%), 우수 8개(11%), 다소우수 10개(13%), 보통 25개(33%), 다소미흡 10개(13%), 미흡 11개(15%), 부진 6개(8%)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의약품 유통구조 선진화 사업은 미흡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의약품 유통구조 선진화 사업의 미흡 평가 원인이 이해관계자로 인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미흡 평가 사유에 대해 ‘일반 국민보다는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의견수렴이 이루어졌고 성과지표가 기존 정책의 연속선 상에 있다’고 밝혔다.

다른 사업들의 미흡 평가 사유가 불명확한 지표 등의 ‘결과값 도출 여부의 문제’인데 반해 의약품 유통구조 선진화 사업은 미흡 사유가 ‘편향된 방향성’이라고 명시된 셈이다.

이와 같은 판단의 단초는 그간 선진화 사업을 수행해왔던 경과가 다분히 ‘복지부 Vs 도매업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구도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의약품 일련번호 제도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계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공청회’는 이뤄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진행했던 일련번호 제도 관련 토론회 등은 도매업계 등의 의견이 강하게 제기돼 일반 국민의 시선과는 결을 달리한다.

의약품 유통구조 선진화 사업이 반쪽짜리 사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매업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 100% 보고율 시행이 아닌 점증적인 보고율 상향 방침으로 선회한 점은 정책을 협상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와 안전을 내세웠던 정부의 명분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여기에 제약사-의약품 도매업체 간의 유통시스템만 일련번호를 제대로 도입, 일선 약국과 병원에는 예외적 조항들을 여럿 만들어둔 점도 반쪽짜리 선진화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매업계 일각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알 권리 때문이라면 전부 다 공개해야지 왜 도매업계만을 대상으로 일련번호를 강행하려 하느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렇듯 사업의 ‘편향된 방향성’에 대해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인정한 평가 결과서가 공개됨에 따라 관련 업계는 향후 복지부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방향성을 수정하기 위해 크게는 정책의 재설계까지도 고려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자체평가 결과에 대한 후속조치에 대한 방침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해당 부서에서 평가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를 계획할 수도 있고, 기획 조정파트에서도 별도의 작업을 할 수 있긴 하겠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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