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심서 치료제 ‘레보도파’ 활약, 내성-부작용 한계…목표 주위 정확한 자극 ‘DBS’ 성과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미국의 전설적인 복서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무하마드 알리,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의 영원한 스승 프레드 로치, 미국프로농구(NBA) 단일팀에서 통산 1,221승을 거두며 최다승 감독의 타이틀을 거머쥔 제리 슬로언 감독.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강인함의 상징으로 우승을 이끌며 주인공이 됐다는 점 그리고 모두 퇴행성 질환, ‘파킨슨병’으로 무너졌다는 것도. 파킨슨병은 이상운동질환으로 병에 걸리면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이 불편을 넘어 불가능하게 되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오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다.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1817년에 최초로 파킨슨병을 학계에 보고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생일인 4월 11일을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지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전국 64개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의 연간 입원환자 질병분류별 환자 수 자료와 통계청의 사망 통계자료를 활용해 추정한 결과, 국내 파킨슨병의 유병률은 전 연령을 대상으로 10만 명당 27.8명이며, 60세 이상에서는 165.9명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은 고령 특히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으며, 뇌혈관질환이나 치매가 있는 경우 일반 노인에 비해 유병률이 약 4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병이 발견된 지 벌써 두 세기가 지났다. 인류를 무력하게 만드는 파킨슨병, 그 치료법에는 그간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혁신적인 의학적 파도가 미미했던 1900년대 초반, 파킨슨병 치료제가 없던 시절 주목받았던 방법은 주로 수술이었다. 운동신경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알았지만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던 시기였던 만큼, 수술의 예후가 좋지 않아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통용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1900년대 중반에 들어와 파킨슨병과 도파민의 연관성이 우연히 발견됐고, 그렇게 파킨슨병 치료제 중 가장 대표적인 약물성분인 ‘레보도파’가 1960년대에 개발됐다. 뇌에 부족한 도파민을 채워 주는 레보도파는 현재까지도 강력한 파킨슨병 증상 개선 약제 중 하나로 알려져 있고, 실제 레보도파의 개발과 도입을 계기로 다양한 약제들이 개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레보도파의 내성과 부작용 문제는 생각보다 컸다. 효능을 이어가고자 하는 다양한 약제가 개발되고 시도됐으나 효과는 늘지 않고 부작용만 줄어들었을 뿐, 결과적으로 레보도파보다 월등하지 못했다. 환자 호전을 기대하고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목표 부위 정교하게 자극 ‘뇌심부자극술’ 새 해법 등장

그러던 와중 새로운 해법이 등장했다. 뇌 부위에 전기자극을 주는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최근까지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는데 이상운동질환의 원인이 되는 뇌 기저부의 이상부분에 전극을 삽입하고, 이를 통해 전기자극을 주어 이상 신경회로를 조절함으로써 파킨슨병을 비롯한 여러 이상운동질환의 증상을 호전시킨다.

목표 부위를 정교하게 자극하는 DBS는 파킨슨병 뿐만 아니라 간질, 정신병(우울증, 강박 장애), 두통, 섭식 장애 등의 치료목적으로 사용이 확대되기도 했으며, 다수 성과로 1960년대 레보도파의 도입 이후 급격하게 감소한 수술적 치료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 놓았다.

보스톤사이언티픽코리아 두개강내신경자극기 '버사이즈(Vercise)'

대표 제품으로 지난해 6월 국내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은 보스톤사이언티픽 ‘버사이즈’는 기존에 상용화됐던 페이스메이커 기술을 기반으로 한 DBS 시스템과는 다르게 고유 기술인 다중 독립 전류 제어(MICC) 방식을 적용해, 뇌 부위에 전기 자극을 전달하는 16개 각각의 전극을 독립적으로 조절해 더욱 정교하고 세밀한 시술이 가능하다.

더불어 배터리 충전식인 제비아(Vercise Gevia)가 특허로 인정받은 ‘제로볼트(Zero Volt)’ 기술은 배터리의 완전 방전 시에도 재충전이 가능하도록 해 완전 방전으로 인한 추가적인 배터리 교환에 대한 부담을 현저하게 줄였다.

특히 두개강내 신경자극 시스템의 배터리 수명을 최장 25년까지 연장해 자극기 교환으로 인한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줄여 주고, 기존 제품보다 간편해진 충전기와 충전방식으로 환자의 편의성을 증대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성 질환인 파킨슨 및 이상운동질환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옵션을 제공해주는 것은 회사의 몫이 될 수 있으나,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일상적인 삶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긍정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도 다양한 정책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이 시간에도 파킨슨병의 정복을 위해 인간과 과학은 끝없는 만남 속에 많은 연구와 임상실험이 진행 중에 있다. 수백, 수천 번의 고된 시도 끝에 세상에서 빛을 볼 치료법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와야 하고, 그렇게 하루 빨리 파킨슨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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