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혼외임신 등 실제 낙태 건수 파악 어려워…현실에 맞는 모자보건법 등 개정 중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지난 14일 발표된 정부의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수술) 실태조사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낙태수술 건수는 실제 파악하기 힘들어 조사의 정확도도 명확하지 않은데다 근본적으로 모자보건법이 현실에 맞게 개정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7~8월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낙태수술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 2005년과 201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낙태수술은 약 5만 건으로 추정되며, 지난 2005년(34만2433건) 조사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복지부는 낙태수술의 감소 원인으로 △피임실천율 증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을 손꼽았다.

하지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는 “낙태수술에 대해 청소년이나, 혼외임신 등 조사에 응할 수 없는 경우가 없는데다 여성과 의사만 처벌하는 법으로 인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 “산부인과 의사들이 원치 않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와 잠재적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들과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는 모자보건법과 형법 규정들을 현실에 맞게 전향적으로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낙태죄를 규정하고, 허용 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과 형법 개정의 필요성도 요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조사에서 낙태의 주된 이유로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 지장, 경제상태상 양육의 어려움, 자녀계획 등 지난 2010년 조사와 같이 사회 경제적 사유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유가 모자보건법상 낙태를 허용하는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불법에 해당되며, 심각한 질병이나 선천성기형아 등 태아에 대한 규정도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낙태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

즉 임산부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낙태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느라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게 산부인과의사회 측의 주장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사들은 위법인 줄 뻔히 알면서 수술을 해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낙태 허용 여부를 떠나 모성건강을 위해 선의로 행한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처벌하려는 법 규정은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피임교육과 성교육을 통한 건전한 성생활과 더불어 미혼모 출산지원 제도, 싱글맘에 대한 지원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 확대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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