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폭력 경험은 약 16%…여학생 성차별적 발언 경험률 72%에 달해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의과대학 학생 2명 중 1명은 언어폭력을 경험했으며 10명 중 2명은 단체기합 등의 신체적 폭력까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여학생은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한 바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사)인권의학연구소는 23일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배움터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공개된 내용은 지난해 전국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총 1763명(남학생 1017명, 여학생 74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설문 조사 대상자 중 실습생은 700명, 비실습생은 1062명이며 1학년 498명, 2학년 562명, 3학년 381명, 4학년 322명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언어적 폭력 경험이 있었던 응답자는 872명으로 전체 응답자 중 49.5%로 집계됐다.

언어적 폭력 빈도에 따라 이를 구분하면 △1~2회 32.2%(568명) △3~5회 12.9%(228명) △6~10회 2.9%(51명) △11회 이상 1.4%(25명)로 조사됐다.

성별에 따른 언어적 폭력 경험 빈도

이날 의대생 인권 실태조사를 주제로 발표한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성별에 따른 언어적 폭력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며 “언어적 폭력 경험 비율은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높아지는 특징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단체기합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비율도 16%에 달했다”며 “10명 중 6명은 모임이나 회식에서 음주 강요를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학생의 37.4%가 ‘성희롱’을, 여학생의 72.8%가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고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학생 또한 58.7%로 남학생보다 3.3배까지 높았다.

아울러 춤·노래 등을 강요당한 경우는 553명(31.4%), 금품과 선물 강요 322명(18.3%), 모임·회식 참석 강요는 1049명(59.5%)이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에 따른 성차별적 발언 경험 그래프

폭력 등의 주요 가해자는 병원실습을 하는 고학년에서는 교수, 저학년에서는 선배와 교수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폭력과 강요, 성차별, 성희롱 등을 경험한 학생의 3.7%만 대학 또는 병원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 ‘신고 이후 부정적 이미지나 진로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 두려워’, ‘오히려 피해자가 비난 받을까봐’ 등이 꼽혔다.

이어 폭력과 강요, 성희롱과 성차별 등 부당한 대우는 피해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 비해 우울증상을 더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를 수행한 (사)인권의학연구소는 병원실습 중인 의과대학생과 병원 교수들로부터 수업을 받는 의과대학생의 인권 보호 사항을 추가하도록 의료법과 전공의법의 개정이 필요함을 제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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