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 불참-대관라인 부실 지적…선제적 대응 고사하고 벌어진 일 수습에 부산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각종 의료현안에 선제적 대응은 고사하고 때늦은 대응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료계 내부의 지적과 함께 불만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는 최근 한방추나요법 급여화나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 법안 발의,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등의 결과로 비춰지고 있다.

우선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협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지속적으로 불참하면서 한방추나요법 급여화를 너무 손쉽게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다.

특히 의협 집행부의 대관라인이 부실해 실질적으로 국회나 보건복지부와의 소통 부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의협이 국회에서 준비하는 법안 등에 대한 한발 늦은 정보 파악으로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에 바쁘다는 지적이다.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예를 들면 제주도의 발표 두 시간 전 의협 집행부는 내국인도 진료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성명서를 낼 정도로 정보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의계나 간호계가 올해 한 해 이룬 성과에 비하면 의협은 크고 작은 집회로 목청만 높였지만 성과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는 게 내부적인 평가다.

의료계 한 중진은 “건정심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곳인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불참을 결정한 의협 집행부의 결정은 초등학생 수준의 대처”라며 “한방추나요법 등 각종 사안을 멀리 내다보지 못한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의협 집행부가 정부나 국회 관계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대관라인이 약하다보니 이미 터진 일에 집회 등 강경 투쟁을 내세우며 비효율적인 에너지만 소모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당장 터진 일을 수습하다보니 여러 중요 현안에 집중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라고 언급했다.

◆의협 내부 소통 부족-말만 앞세운 최대집 회장도 문제=아울러 의협의 의료현안 대응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내부 소통 부재와 최대집 회장의 발언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은 항상 여러 의료현안에 대응해야 할 준비가 돼 있어야하지만 현 집행부는 내부적인 소통도 부족해 산발적인 대응으로 헛발질만 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문제가 터지면 그저 데모한다고 목소리만 높이는 대처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A시도의사회장은 “최대집 회장이 반복적으로 휴진만 언급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회무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라며 “보통 발표에 앞서 회의를 통한 의견수렴과 준비과정 이후 실행에 옮기는데 최대집 회장은 먼저 발표해놓고 준비하는 식으로 회무를 이끌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북한 김정은이 전쟁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저 내부 주민 통제용이듯이 의협 집행부도 말로만 휴진 등 투쟁을 외치지 준비는 안하고 있다”라며 “이같은 점을 복지부도 알기에 의협을 패싱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은 수가 정상화는 커녕 문재인 케어에 끌려다니며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의협, 대관라인 정보수집 미흡 인정 반면 “발 빠른 대응으로 최선” 해명=이와 관련 의협집행부에서는 정보수집이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필수의료는 뒤로 한 채 한방추나요법을 급여화한 것은 굉장히 황당한 사건으로 의협이 뒤늦게 건정심에 복귀한 것이 아니라 잠깐 저지하기 위해 소위에 들어간 것”이라며 “추후 논의를 통해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복지위가 아닌 국회의원들까지 모든 흐름을 파악하면 좋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는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의 경우도 오히려 의협 집행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의사회원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것이 박 대변인의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영리병원의 경우 대의원회 수임사항이기도 한데 너무 대처가 빨라 의사회원들이 오히려 불만을 토로했다. 시대가 변했으니 재차 논의가 필요했다는 게 주된 이유”라며 “다만 정보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점은 회원들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계 내부적으로 대관이나 소통 등 세부적인 디테일에 있어 미진하다는 질책에 대해 겸허히 받아드리고 잘못된 부분은 개선하고 의사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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