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행정적 부담 지나친 가중 반대…“내부 교육 강화 등 자율지침 필요성은 인정”
의료기기업체, 고가 장비는 ‘기회’ 저가 장비는 ‘위기’ 양날의 검…“기술 진보, 객관화 불가” 입장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연말까지 초음파 장비에 대한 품질관리 검사기준 개발 연구를 완료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의료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음파 의료기기를 특수의료장비로 분류하기 위한 사전 움직임이 아니냐는 것이다.

수년간 논의됐던 사안이지만 초음파 급여화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제2의 청진기’로 불릴 정도로 보편화가 됐다는 점과 판단의 근거 그리고 기준 마련에 많은 갑론을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에 공통된 생각이다.

반대하는 의료계 “행정적 부담 가중, 질 관리는 필요”

먼저 대한영상의학회는 초음파 장비의 질관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특수의료장비로 분류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오주형 대한영상의학회 회장

오주형 회장은 “갑자기 나온 얘기는 아니다. 특수의료장비에 대한 품질 조사가 효과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3만대에 달하는 초음파 장비를 틀에 넣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나친 규제가 의료인에게 행정적 부담으로 가중 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물론 질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의료계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관리지침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도 체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도 “초음파는 CT나 MRI와 달리 특수의료장비가 아니다”라며 “위해성이 없는 초음파를 특수의료장비로 규정하는 것은 ‘옥상옥’ 규제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개원가의 초음파 검사는 많아야 하루에 2번 정도 수준인데 특수의료장비로 규정되면 다양한 행정적, 비용적인 발행하고, 또다시 개원의를 옥죄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득과 실 공존, 숨죽이는 영상의료기기업체들

한편 평가를 받게 되는 입장이 되는 초음파 업체에서는 가능한 객관적인 기준 마련이 돼야 이로 인한 불이익이 없을 것이기에, 정보 제공에 있어 최대한의 협조 등 기준안 마련에 도움을 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리며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다.

해당 이슈와 관련해 필립스는 “정부 결정 방향을 준수할 것이며, 초음파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고품질 초음파 솔루션을 제공해 의료진의 신속하고 정확한 임상적 의사 결정을 도울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청한 국내 영상의료기기업체 A사 초음파 사업부 담당자는 “기본기술, 장비성능이 타사대비 상대적으로 고사양, 하이앤드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기업들에게는 긍정적인, 저가 범용 장비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제조사의 경우는 위기가 될 수 있는 제도”라고 평가하며, 자사의 경우라면 전자에 해당하니 실보다 득이 많다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CT, MR 장비대비 기준의 객관성과 보편타당성 확보가 어려운 초음파는 기준을 정부에서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본의 아니게 손해를 보는 경우들이 생길 수 있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 및 추가 증명 등 불필요한 행정 프로세스 발생할 소지도 있다“며 한마디로 관련 업계에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기술의 진보로 품질 검사의 기준 수립에 있어 객관화하기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과거 초음파 품질 기준을 스펙 사양(TX채널수, 컬러모드, 트랜스듀서 엘리멘트수, 디지털 채널수)과 해상도 측면(표준팬텀 해상도 측정) 같은 기준으로 판단했으나, 점차 초음파가 고사양화 되며 이러한 과거 기준들이 더 이상 객관적인 그레이드 기준이 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변화하며 서드 파티 장착으로 Image filtering 등 해상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들에 공유로 성능이 표준화 된 점도 단순 영상 판단으로 그레이드 구분이 불가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와 학회 모두 일방통행이 아닌 의료기기업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간담회를 통해 기본 10년 이상 연식을 가진 노후 장비나 도플러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저가형 장비들을 필터링 하는 정도의 제도가 현실적이라고 논의한바 있다.

상대적으로 고사양의 장비들은 일반 장비 대비 추가된 가치 부분이 있으니, 최고가 프리미엄 사양 및 최저가 기본 성능 이하 정도로 개념화 정리하는 것이 좀 더 객관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글로벌 영상의료기기 B제조사 관계자는 “영상의학회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품질 기준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교수들로부터 업체 운영 현황 등 정보 협조 요청도 있었다. 업계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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