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희귀질환 등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질환 급여 목소리 높여
질병 고통으로부터 환자들이 벗어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정부와 국민 간의 진솔한 소통을 위해 개설된 국민청원 페이지에 어떤 의약품들이 거론되고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급성 백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소아 환자의 손을 잡고 ‘비급여의 급여화’를 천명하면서 국민 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1·2차 치료에 모두 허가가 됐지만, 보험급여는 2차 치료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약제 ‘알레센자’의 신속한 급여 확대를 위한 국민 청원에 나섰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는 올해 4월 그 적응증이 2차 치료에서 1차 치료까지 확대되며 많은 국내 폐암 환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1차 치료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약제는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가 유일했기 때문에 3상 임상을 통해 잴코리 대비 3배 이상의 무진행생존기간 개선을 보인 알레센자의 적응증 확대가 갖는 의미는 컸다.

뿐만 아니라 ALK 억제제와 같이 장기간 복용하는 경구제의 경우 위장관계 이상반응을 극복하는 것이 큰 과제로 꼽혔는데, 알레센자는 표준 치료제 대비 환자들의 위장관계·소화계 이상반응 발현율을 유의하게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나 환자들의 치료 지속성과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큰 기대감을 모아왔다.

그러나 최근 보건복지부가 올해 검토하기로 한 기준비급여 항암제 27개 중 검토 완료된 약제가 절반을 겨우 넘는 14개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알레센자 1차 치료를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알레센자와 같이 기준비급여에 발목이 묶인 약제들이 내년 상반기에라도 신속하게 급여에 등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극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소아 환자들의 이야기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달되면서 그 치료제인 ‘스핀라자(뉴시너센)’의 국내 보험급여 등재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등재비급여 의약품에 대한 정부의 사후관리 기전 마련이 지연되면서 현재로써는 유일한 SMA 치료제인 스핀라자의 급여등재 또한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민 청원 페이지에서도 스핀라자의 신속급여를 촉구하는 청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총 38명의 SMA 환자와 그 가족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직접 작성한 손편지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SMA와 같은 극희귀질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노인성 혈액암’으로 알려진 다발골수종은 최근 7년 간 환자 수가 약 90% 급증하면서 효과적인 치료제에 대한 요구도가 상승하고 있는 희귀질환이다.

특히 다발골수종은 재발이 빈번해 각 재발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3회 이상 재발을 경험해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절실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인 ‘다잘렉스(성분명 다라투무맙)’의 급여등재가 지연되면서 다잘렉스의 신속 급여 또한 국민청원의 주제로 등장한 바 있다.

이와 함께 20년만에 등장한 새로운 아토피피부염 신약인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에 대한 환자들의 급여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 청원 게시판을 통해 환자들은 듀피젠트 급여를 요구하면서 미국에서도 아토피 심각성과 중요성을 알기에 신속 심사대상으로 지정되어 빠른 허가를 받았고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유럽등 대부분의 허가된 나라에서는 급여화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간 4000여만원의 높은 치료비는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불가능한 중증 아토피 환자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인 만큼 급여를 통해 아토피 환자들이 사회에 당당히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중증 성인 아토피와 같이 암, 희귀질환 위주의 보장성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질환까지 부상하면서 문재인 케어가 넘어야 할 산은 늘어가는 반면 국내 환자들의 기다림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문케어 추진 3년 차에 접어드는 내년 이맘때에도 치료제 급여를 위한 환자들의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있을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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