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의원, '1148억원 예산 전액 삭감돼'…'설치의무 강요하고 그에 따른 재정 지원 외면' 비판

화재로 불탄 세종병원 내부 모습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중소병원에게 정부가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이명수 의원은 29일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에서 “지난 해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일선 병원의 스프링클러 설치지원 사업비가 2019년도 예산안 반영되지 못했는데, 현재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중소병원한테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위한 비용을 정부 재정으로 지원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 스프링클러 설치를 국고 30%, 지자체 30%, 병원 40% 비율로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총 1148억원의 예산안을 작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하였으나 전액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의 예산 신청은 지난 2018년 1월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에 따른 것이다.당시 세종병원 응급실내 탕비실 천장에서 전기합선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인해 46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부상당했다. 재난당국은 병원 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점을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27일 30병상 이상 병·의원의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주요골자로 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소방 관련법 개정의 적용을 받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병원은 1066개소로 1개소 당 약 1억7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수 위원장은 “현재 중소병원의 경우 자금 유동성이 낮고 채무비율이 높아 큰 비용이 소요되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자체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특히 스프링클러 설치 공사 시 장기간 진료기능 축소에 따른 수입 감소도 매우 크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재정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중소병원의 재정악화는 자칫 환자 진료공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 제도변경에 의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인제공을 한 정부가 설치비를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는게 이명수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명수 위원장은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직원의 사망사고로 인하여 국토부가 법령을 개정하였는데, 이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지하철을 운행하는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스크린도어 안전보호벽 개선 사업비를 국비로 지원한 전례가 있다”며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당위성에 심을 실어줬다.

이명수 위원장은 “화재로부터 환자와 병원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병원시설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정부가 설치의무만 강요하고 그에 따른 재정 지원을 외면한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타당하지 않은 만큼, 내년도 예산안에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달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