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의 A, 피해자 상태·진료내용 공개…서울의대 B교수, ‘환자비밀 준수 개념 없어’ 지적
의료계 관계자, 담당의와 교수 모두 의료윤리와 동료윤리 지키지 못한 사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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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해자의 진료 내용을 인터넷 상에 공개한 담당의와 이를 지적한 의대 교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담당의는 의료윤리를 지키지 못했고 서울의대 교수 또한 동료에 대한 윤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앞서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 A씨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해자의 담당의였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A 담당의는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함구하려 했지만 국민적인 관심과 공분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입을 열게 됐다”고 운을 뗀 후 피해자의 상처를 상세히 기재했다.

A 조교수는 “상처들이 너무 깊어 비현실적으로 보였고 인간이 인간에게 하기 어려운 범죄”라며 “무력한 사회에 분노와 죄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담당의 A씨의 글이 공개된 직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B교수는 ‘공익이 없고 직업윤리와 의무를 위반한 행위’라며 지적했다.

B 교수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당연히 환자의 동의는 못했을 것이고 유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며 “정보공개의 공익적인 목적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B 교수는 이어 “환자 비밀 준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행태를 비판하는 글도 드물게 보이기는 하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글이라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B 교수는 학회나 협회의 역할을 촉구함과 동시에 과도한 영웅심도 경계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나 의료윤리학회, 응급의학회 등은 무엇을 하고 있나”며 “생사를 넘나드는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헌신과 고충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과도한 영웅심 혹은 반대로 지나친 나르시즘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냉철함’을 잃은 A 담당의와 이를 ‘지나치게 지적’한 B 교수 모두를 비판했다.

즉, A 담당의의 경우 잔인한 사건에 분노한 것은 이해하지만 ‘불편할지언정 지켜야 하는 의료윤리’를 소홀히 했고 B 교수는 ‘동료에 대한 윤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 정보 공개라는 것은 환자의 동의가 있거나, 법원의 명령이 있거나, 환자의 상태가 공공에 심각한 위해가 있을 때 정당화 된다”며 “의사들은 공분 표현의 방법에 있어서 신중의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 윤리라는 것은 기준이다. 기준은 여론이나 감성적인 동조로 인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자의 입장에서 좀 더 드라이해야 한다”며 “자칫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이를 지적한 B 교수의 말이 모두 옳다고 볼 수는 없다”며 “환자에 대한 윤리가 있듯이 동료 의사에 대한 윤리와 예의도 있다. 직업윤리만 지적했으면 모르겠으나 영웅심이니 나르시즘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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