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기 서울대병원 교수, 통합적 관리 시스템·관리모형 개발 및 인식전환 필요성 강조
척추질환 감기 다음으로 흔해…고령화 영향 의료비 지속 증가 추세에 있어

“척추 질환이 기본적으로 시간 변화에 따라 악화된다는 성격을 보면 만성질환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척추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만성질환관리 모형 개발 및 객관적인 지표와 학문적 근거 마련 또한 필요하다는 뜻이죠.”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당뇨병, 고혈압 등 주로 내과 계열을 중심으로 관련 시범사업 및 통합적 대책이 수립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에 척추질환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정천기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최근 본지(일간보사·의학신문)와 만난 자리에서 의료소비자인 환자 입장에서 척추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상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 같이 역설했다.

신경외과에서, 그것도 만성질환 관리에 척추질환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첫 화두를 던진 정천기 교수 주장의 근거는 ‘특징’이다.

즉, 척추질환은 내과계 만성질환이 갖고 있는 특징 및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의 성격이 대부분 유사하다는 것.

정천기 교수는 “척추질환은 하나의 사건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며 “거의 대부분이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기인하는데 만성질환의 특징에 딱 맞는다”고 설명했다.

퇴행성 척추질환을 단순히 치료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다보니 척추 관련 병세가 심해지기 전 스텝에서 조치가 있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곤 한다”며 “심각한 퇴행성 변화 시점 이전에 이를 인지하고 변화의 시간동안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천기 교수는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요통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점도 강조하고 나섰다.

정 교수는 “학계에서 고혈압·당뇨 환자 중 20%가 허리 통증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만성질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운동인데 이는 허리 통증을 줄이는 요소가 되고 흡연도 요통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척추질환이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며 고령화 사회로 인해 의료비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척추 질환으로 지출하는 의료비는 2016년 기준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중 4%에 해당되고, 최근 5년간(2012~2016년) 연 평균 6.3%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천기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 중 25%이상이 척추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척추 질환으로 국민들이 부담하는 수준을 확인해 관리 체계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척추질환은 고혈압·당뇨처럼 수치화와 고통을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일각의 우려도 인지한 정천기 교수이다.

정 교수는 “척추질환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얼마나 주는지 나타내는 ‘앱슨스 지표’가 있지만 척추 통증자체는 주관적인 판단에 기인해 계량화가 어렵긴 하다”며 “하지만 고혈압 수치도 매년 바뀌는 것을 보면 수치와 숫자가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천기 교수가 척추도 만성질환이라고 적극 주장하고 나선 이유는 환자 입장에서 척추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지,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지 등 다양한 의문을 해소해주는 시스템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병원마다 다른 치료 방법, 전문병원과 실손보험에 따른 과잉진료 문제, 과도한 의료광고로 인한 불신, 비급여 치료에 따른 부담, 치료 후 소비자 피해 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제는 새로운 인식 전환을 할 때”라며 “퇴행성 척추질환의 시간적인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각 단계마다 분절적으로 접근을 하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척추질환도 만성질환 성격으로 접근해 병이 심해지기 전 예방법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결국 척추 질환도 관리의 영역에서 소위 ‘뒷북’보다 ‘앞북’을 쳐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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