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부재로 발사르탄 문제 가중…과다한 제네릭의 품목, 명명 방식 개선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체계적인 제네릭 관리시스템의 부재가 국내 발사르탄 사태를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국대 약대 이지현 외래교수는 서울약사회지에 ‘발사르탄 사태 정말 대체조제가 문제인가’라는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지현 교수에 따르면 발사르탄 사태 당시 제네릭의 갯수가 너무 많고 제네릭 이름이 체계적이지 못해 일반인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먼저 제네릭이 너무 많기 때문에 환자들이 문제가 된 약을 쉽게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제가 된 약을 검색해보면 한 페이지가 빼곡하다”며 “내가 보기에도 무슨 약이 이리 많나 싶게 읽기도 힘든 이름들을 보자면 그냥 약국에 달려가는 게 나을 듯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병원, 약국 할 것 없이 환자들의 원망과 질책을 감당해야 했다“며 ”조제료나 처방료, 보상지침도 나오기 전에 잘못을 시인하듯 약을 바꿔줄 수 밖에 없었다“고 기억했다.

실제로 발사르탄 사태 당시 환자들 중에는 안전한 발사르탄이나 성분이 다른 고혈압약을 조제받고도 교환을 요구해 약사와 병원에서 환자대응 뿐 아니라 불필요한 재고관리 업무까지 떠맡게 돼 부담을 호소하는 곳도 있었다.

이에 이 교수는 “작은 나라에 수백 가지 동일성분의 제네릭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제네릭의 명명 시스템도 발사르탄 사태에 한 몫 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는 ‘Apo-발사르탄, Teva-발사르탄, Sandoz-발사르탄’처럼 제약사명에 성분 이름을 붙여 표기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제네릭마다 고유의 이름을 붙이기 때문에 노바스크 제네릭을 들고 캐나다에 넘어간 환자들에게 캐나다 약사들은 같은 성분의 약을 처방해주지 못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이 교수는 “이런 명명법 덕에 약사들은 양심적인 대체조제에도 ‘처방과 다른약’을 주는 약사로 의심받고 있다”며 체계화된 제네릭명을 사용해 성분을 확인하기 쉽게 할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제네릭을 복용하는 것이 약효에 지장이 없음을 홍보하려면 제일 먼저 필요한것이 국내 제네릭의 품질관리”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말들로 시스템 개선도 없이 약사직능만을 호도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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