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협, 지역병원협의체 구성 ‘협의된 바 없다’ 반발
의협이 사전 동의없이 대정부 건의문 발표 '갈등' 예고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가 최근 중소병원 현안을 논의하고자 구성을 예고한 (가칭)지역병원협의회를 두고 적잖은 논란이 예고된다.

특히 병원계에서는 의협이 사전에 동의 없이 일부 중소병원과 함께 대정부 건의문를 발표했다는 점에 강한 불쾌감을 내비쳐 향후 의료계와 병원계의 갈등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은 지난 15일 서울역 인근 한 중식당에서 18개 중소병원과 ‘의료현안 논의를 위한 긴급 중소병원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가칭)지역병원협의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또 의협은 문재인 케어 전면 재검토, 상급종병 쏠림현상 개선 등 대정부 건의문을 밝히고, 중소병원의 긴급현안을 해결하고자 향후 구성될 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집회도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여기서 문제는 정작 당사자인 대한중소병원협회(중병협)가 제외됐다는 점이다. 심지어 의협은 사전에 중병협 측에 협조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협에서 중소병원과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요청한 바가 전혀 없고, 일부 중소병원과 함께 논의를 진행한 것 같다”라며 “마치 이번 의협의 협의회 구성 예고가 중병협이 함께하는 입장인 것처럼 왜곡될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실제 의협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공식적으로 모든 중소병원에 공문을 보낸 것이 아니며, 의협 내부적으로 정한 중소병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회장은 의협이 일부 중소병원과 내놓은 대정부 건의문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건의문에는 마치 모든 중소병원이 의협과 함께 문재인 케어를 전면 부정하는 것처럼 돼 있지만 이는 중병협과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

정 회장은 “중소병원의 경우 비급여 비율이 천차만별인데 여러 가지 정황을 고민해야한다”라며 “급여화 과정에서 저수가 개선이나 충분한 원가보상 등 디테일을 가지고 싸워야지 비급여의 급여화 자체 때문에 무작정 투쟁을 하진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의협, 병협과 사전 합의?…중소병원 대변 협의회 필요성 강조=반면 의협에서는 중소병원과의 간담회 건을 병협과 사전에 합의를 했다는 입장이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소병원들과의 만남은 사전에 병협과 합의를 했다”라며 “다만 병협에서 직접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정 대변인은 중병협이 병협 산하에 있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역병원협의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200~300병상 이하의 병원은 병협 내에서 의견 개진이 어려운 면이 있다. 중병협도 병원장 모임이지만 의사들의 입장과 더 가깝고, 병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라며 “의협에서 이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협의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의협 오히려 방해…병원계 각 단체장 회동, 17일 입장 표명키로=하지만 중병협에서는 의협의 중소병원 간담회나 협의회 구성이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정영호 회장은 “지금 중병협에서는 현안을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고, 상당부분 진척되고 있다”라며 “이 와중에 최대집 의협회장이 간담회를 통해 흐트러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병협, 상급종병협, 중병협 각 단체장은 지난 16일 저녁 만나 이번 의협의 간담회를 문제 삼아 논의를 진행했다.

논의 결과 이들 단체는 우선 17일(오늘) 중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으며, 조만간 최대집 의협회장과 만남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병협 한 관계자는 “의협이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는 맞으나 기존 병협과 중병협이 있는데 사전에 상의 없이 의협에서 협의체를 만든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중병협 등에 협조를 구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 없이 진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의협의 중소병원 간담회는 병협 회원으로서 매우 불쾌하다”라며 “의협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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