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학회·신경정신의학회, 성명서 통해 유감 표명…예방 가능한 특단 대책 마련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정신질환자에 의한 폭행사건과 범죄가 연일 이슈화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학회들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폭행 피해자들과 사건 자체에 대한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섣부른 경계심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낙인을 차단하고 대책 마련에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와 대한조현병학회(이사장 김재진)는 7월 초 발생한 2건의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 사건에 대한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최근 발표했다.

우선 신경정신의학회는 강릉의 한 정신병원에서 보호관찰 중인 정신질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폭행한 사건에 유감을 나타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번 사건이 병원과 의사들이 알아서 해결할 문제의 수준을 넘어선 상태하며 국가가 특정 진료영역의 안정성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강릉 정신의료기관의 사건은 중증의 정신질환자에 의한 폭력사태이지만 동시에 충분히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이를 등한시 한 제도적, 시스템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회가 지적한 문제는 수차례 위험성이 감지돼 보호관찰소에 신고를 했음에도 특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법무부의 ‘보호관찰시스템’과 현행 의료보장체계에서 정신의료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낮은 폐쇄병동 관리수가와 일정정액수가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지역사회정신보건기관과 정신의료기관의 연계 방안을 위한 보호관찰 시스템의 개선 및 안전망 확보에 우선 노력해야 한다”며 “정신건강복지법상 의사 1인당 환자 60명의 수준으로는 위험성에 맞서기 힘드니 안전한 의료환경 구축을 위해 시급히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조현병학회는 경상북도 영양군에서 조현병 환자로 인한 경찰관 순직 사건을 언급하고 국가적 관심과 재정확대를 촉구했다.

이 사건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가해 행동이 조현병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가해자가 조현병 진단 하에 입원한 병력이 있고 과거 병적 상태로 추정되는 시점에서 살인을 저지른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병학회는 사건으로 인해 조현병 환우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가혹하게 확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학회는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들의 행동은 온순하나 일부의 환자에서만 급성기에 공격성이 나타난다”며 “범죄와 연관되는 폭력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마져도 일반 인구의 범죄율보다 높지 않아 대다수의 환자는 폭력성과 관련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는 같은 사건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치료’와 ‘보살핌’으로 조현병 환자들의 공격성을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즉, 부족한 사회적 인프라와 개정된 정신보건복지법으로 인해 정신질환자의 보살핌과 치료 환경이 제한돼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시행된 개정 정신보건복지법은 비자의 입원 요건을 강화하고 퇴원을 촉진함으로써 중증 정신질환자들에게도 인권을 보장한다는 순기능을 갖고 있으나, 진료실과 지역사회의 현장에서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마저 요건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함으로 인해 역기능도 많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조현병학회는 “현재 정신보건복지법은 퇴원 기준이 증상 호전보다는 타해 위험성의 감소에만 방점이 맞춰져 있어 조기 퇴원으로 병식 부재의 악순환과 퇴원 이후 치료가 연속되지 못하는 경우 가 많다”며 “현재의 법안은 ‘치료’를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가 모두 떠안게 되는 구조일 뿐, 국가가 짊어져야할 필요한 책임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어 “사회적 관심이 높은 조현병을 포함한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대책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국가는 ‘보살핌과 치료’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과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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