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징계로 모자라 지역사회서 추방(?)…정부 논의 즉각 중단” 촉구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최근 정부가 논의 중인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를 두고 의료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같은 정보 공개는 징계로 모자라 지역사회에서 의료업을 계속할 수 없게 만드는 의료판 ‘주홍글씨’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일 열린 ‘2018년도 제1차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 개선권고 과제로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방안은 의료인 징계정보의 공개가 없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피해 예방이 미흡하다는 것이 주된 목적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개인정보 보호가 매우 중요해진 이 시대에, 유독 의료인만 개인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기본권이 박탈되고 정보보호의 권리가 유린돼야하는가”라며 “또다시 의료인을 타깃으로 마녀사냥하려는 의도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현행법상 의료인을 막론하고 성범죄자의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신상공개와 함께 취업을 제한토록 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와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

또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면허취소 또는 자격정지를 통해 의료업 수행을 제한하는 충분한 장치를 두고 있다는 것.

의협은 “어느 직역도 적용하지 않는 징계정보를 의료인만 공개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의 위반에다 의사와 환자간 신용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게다가 정부가 공개된 의료인은 자칫 사회적으로 추방되는 최악의 결과를 감수해야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의료인도 국민으로의 기본권을 보호받아야한다는 게 의협 측 주장이다.

의협은 “소비자의 권리도 보호돼야하지만 의료인의 개인정보와 내밀한 징계정보 또한 보호돼야 마땅하다”며 “국민 기본권 보호에 관한 헌법적 원리를 무시하면서까지 이러한 제도를 시행해야할 합리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협은 “의료인은 불가항력적 과실에 대해서도 형벌만 가혹해지고 있는 실정이기에 억울한 상황을 감내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의료과실과 관련한 징계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다면 본업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국무조정실을 포함한 복지부, 공정위가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해 의료인 인권을 말살하고, 의사-환자간 라뽀(신뢰)를 훼손해 지역내에서 사회적인 추방이라는 악결과만을 불러올 것이 자명한 이번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 방안에 관한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개원의들도 정부가 의료인 징계정보 공개에 대해 논의하는 것에 불편함 심기를 내비쳤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는 “최근 의료인을 대상으로 검진의사 실명제, 명찰 패용 의무화 등 각종 신상공개 정책으로 충분히 신분이 노출돼 있다”며 “이미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무시한 유사한 법들에다 징계정보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또 대개협은 “공정위와 보복부의 위압적이고 일방적인 요구는 환자를 치료하는 ‘선’을 행하는 의료인들이라는 특정 신분을 지목해 일반 강력범죄보다 더 심각한 사회악으로 몰아 기본권 침해 행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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