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회 긴급설문조사 "폭행 당했다" 62% 응답

[의학신문·일간보사=황병우 기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료인의 절반 이상이 근무중 폭행 및 폭언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 11일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최근 익산병원 사건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응급실 폭행과 관련해 현장의 소리를 듣고 의견을 모으기 위해 응급실폭행과 관련한 긴급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회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긴급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모두 참여한 최초의 조사로, 3일 만에 총 1642명이 답변했다. 종사자로 나눠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514명, 전공의 375명, 간호사 632명, 응급구조가 119명이었다.

해당 조사결과에 대해 발표한 고대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이형민 교수는 "이번 조사결과에서는 상대적 약자의 입장인 전공의, 간호사, 구조사들의 참여가 높았다"며 "본인이 일하는 응급실이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5점 만점에 평균 1.7점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1달에 1~2회 폭언을 듣는다는 응급의료인은 389명이나 됐다. 1주일에 1~2회 듣는 경우도 370명에 달했다"며 "병원에서 발생하는 폭언 횟수는 더 많았다. 1주일에 1~2회라고 답한 건이 449건이었고, 1일에 1~2회도 418건에 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무 중 1~2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792명이었고 1년에 1~2회가 237명이었다.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폭행의 빈도는 1년에 10회 미만이 503건으로 가장 많았고, 1달에 1~2회인 경우가 396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또한 본인이 일하는 응급실이 지역응급의료기관인 경우, 권역응급의료센터보다 더 큰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그러나 종별로 큰 차이는 없었다. 덜 불안하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조사결과 답변자 62%가 속한 병원에서만 안전요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인들은 안전요원이 병원에 있는 경우 불안감이 좀 덜하다고 답변했으나, 안전요원이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의료진 안전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중간이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모든 응급실에 필수적으로 보안안전요원이 상주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당연하다는 답변이 다수였다"며 "경찰이 응급실에 배치돼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는데 필요하다는 응답도 높았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인 중 폭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40%였고, 36%는 그냥 참는다고 답변했다. 보고 등 소극대응은 16%였다. 폭력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는 경우가 43%로 조금 더 높았지만, 20%는 여전히 참는다고 답했다. 보고 등 소극대응은 25%였다.

이밖에도 조사결과 응급의료인들은 이러한 폭력사건이 발생했을 때,경찰의 역할에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폭력상황 해결에 경찰이 도움이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많았으며, 신고를 해도 이에 대한 사고접수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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