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 처음부터 끝까지”③

[의학신문·일간보사=의학신문 ]2050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다. 2018년 대한민국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4%를 상회하며, 2026년에는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에 비해 4~5배나 빠른 속도다.

권순재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치매전문센터장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치매환자 수 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약 72만 명인 치매환자는 지속 증가해 2024년에는 100만, 2041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관리에 소요되는 비용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가치매관리비용은 11조 7,000억원으로 GDP의 약 1% 수준으로 조사되었으나, 2050년에는 43조 2,000억원으로 증가하여 실질 GDP의 1.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가 고령사회 질환 중 유독 주목 받는 이유는 비단 비용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치매환자의 90%는 일상생활에 조호가 필요해 더 문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노인에 대한 조호 책임을 가족에게 물어왔는데, 치매는 실명, 청력소실 등과 함께 장애기간이 가장 긴 질환 중 하나라 조호 부담이 더욱 크다. 더군다나 치매는 중증도가 증가할수록 조호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환자와 조호자 모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조호 부담이 높아지면 치매환자에 대한 학대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가족들이 치매환자의 시설 입소를 선택하는 경향도 높아진다.

그러나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를 시작하면 질환의 진행을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 또한 잠행성으로 진행해 환자가 중증이 되기 전까지 증상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치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수준은 높은 편이 아니며,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은 치매 증상에 대한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조호 현장으로 내던져지는 경우가 많다.

다행인 점은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치매 환자의 조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스마트 케어 장치들이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이동통신업체인 소프트뱅크는 로봇 ‘페퍼(Pepper)'를 통해 치매 환자들의 조호에 로봇을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 검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응급상황 대응, 정서적 지지, 정신활동 지원 등의 활동이 가능한 치매 케어 로봇을 개발 중이다.

중앙치매센터 김기웅 센터장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함께 인지기능 재활을 위한 기능성 게임 ‘손에서 뇌까지‘(finger to brain)’를 개발,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안심 돌보미‘는 치매 환자의 안전하고 정확한 약 투여를 돕기 위해 개발됐다. 복약 알림, 병원 방문일정 알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족들이 ‘그룹’을 생성해 조호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 치매 환자의 조호 부담을 가족 모두가 분담하여 개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 동안 기술의 발전은 농업, 제조업, 건축업 등 많은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다 주며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해왔다. 이제 의학의 서비스 측면, 특히 조호나 간병 등의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혁신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많은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까지 이러한 기술의 혜택이 돌아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치매 환자의 조호는 매우 노동집약적이다. 환자 한 명을 돌보는 데 상당한 노동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실용화가 필수적이며, 홍보와 교육을 통해 이들 기술의 혜택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골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