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참여 선발 첫 번째 총장, 의대출신 두 번째 총장
세계 지성의 중심·세계의 대학 모토…남·북 의료격차 해소에도 관심

“서울대학교는 제게 모교나 직장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의미입니다. 저의 꿈이었고 자부심이었고 이제 사명이 되었습니다. 저는 서울대의 가치를 공유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서울대를 서울대답게 발전시켜나가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총장 공모에 지원했습니다.” - 강대희 교수 출마의 변 中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서울대 이사회가 제27대 총장 최종후보로 강대희 교수(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를 확정하면서 강 교수가 총장으로 임명 될 경우 만들어낼 다양한 의미들과 비전이 주목된다.

아울러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일부 관계자들도 강대희 교수로 인해 의대와 병원에 얽매이지 않는 균형 잡힌 대학 발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대학교 이사회는 지난 18일 오전, 총장 후보자 3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토론과 표결을 통해 강대희 교수를 총장 최종후보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 ‘1’ = 학생이 선출 과정에 참여한 ‘첫 번째’ 총장

강대희 최종 후보자는 아직 교육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 임명이라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최종 결정될 경우 ‘서울대 사상 처음으로 학생들이 선출 과정에 참여해 선발한 후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서울대학교 정문 야경

앞서 서울대는 지난해 12월 총장 선출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학생들이 간선제 방식의 총장 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서울대총장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는 ‘자체 평가’와 재학 중인 학부생·대학원생·연구생·교수 등이 포함된 ‘정책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각각 25%와 75%의 비율로 합산한 뒤 총장 후보를 선정했다.

이를 의식한 듯 강대희 교수는 총장 선거 캠프를 꾸리면서 다양한 공약 중 하나로 ‘대상별 공약’에 ‘학생’을 위한 약속을 다수 포함시켰다.

우선 강 교수는 ‘세계 지성의 중심·세계의 대학’을 모토로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진심을 다해 소통하는 열린 총장이 되겠다며 출신 고교 및 대학, 입학유형, 성별, 지역, 신체적 특성에 따른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어 활기찬 대학문화와 안전하고 행복한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강 교수는 대학생활문화원, 인권센터, 교수학습개발센터에 전문 인력을 보강해 인권센터의 역할을 강화하고 서울대입구역 및 낙성대역과 서울대간 순환버스 배차를 확대해 등하교 시간외에도 서울대와 지하철간 이동소요시간 축소 등을 꾀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했다.

파격적·진취적인 공약도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래지향적인 융복합 전공 개발을 적극 지원해 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 연합전공, 협동과정 등을 확대하는 ‘유연한 학사제도’, 장학금으로 지정된 기부금을 모금해 근로장학생 프로그램을 양적·질적으로 개선하는 ‘근로장학생 프로그램’ 확대, 글로벌 안목 성장을 위한 ‘SNU in World 프로그램’과 ‘교환학생 지원’ 확대 등이 그것.

강대희 교수는 “매년 우수 대학원생 200명을 선발해 연 2천5백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SNU APEX 대학원생 프로그램’도 신설하고 대학원생 전용 주거시설을 확대하는 한편 이공계 대학원생 병역특례 문제도 해결하겠다”며 “대학원 논문연구 지원사업과 박사 후 연구과정을 지원하는 등 부모 같은 마음으로 학생 한명 한명을 믿고 소중히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 ‘2’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 ‘두 번째’ 총장

강대희 교수가 최종 임명된다면 서울대학교는 권이혁 제15대 총장(1980~1983년) 이후 38년 만에 ‘두 번째’ 서울의대 출신 총장을 맞이하게 된다.

단, 역대 서울대 총장 가운데 의사 출신으로는 제6대 윤일선 박사(일본 교토제국대학 의학부 졸업, 1961년 퇴임)와 제11대·12대 한심석 박사(경성제국대학 의학부 졸업, 1975년 퇴임)가 있어 의사 출신으로는 네 번째이다.

강대희 서울대학교 총장 최종 후보(사진 왼쪽)와 약력 및 경력 사항.

실제로 강 교수는 의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장 선거에서 의료와 관련된 공약을 많이 내세우진 않았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병원의 우수한 자원을 활용, 서울대 전 직원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목표 아래 신설할 계획인 ‘캠퍼스 메디컬센터’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강대희 교수는 “보건진료소를 ‘캠퍼스 메디컬센터’로 확대 개편해 건강검진에 필요한 장비 및 시설을 보강하고 교직원의 무료 건강검진을 실현하겠다”며 “고혈압, 당뇨병, 안과 질환 등 만성질환에 대한 진료를 대폭 확대하고 학생 심리상담 및 적응을 위한 정신건강센터를 보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수후생복지 기금’을 통해 서울대병원과 서울대치과병원의 의료비 지원을 확충하고 명예교수를 포함한 교직원의 의료비 지원혜택을 늘리겠다는 공약도 신선하다는 평이다.

특히, 최근 일고 있는 남북한의 평화 분위기 물결 속에서 새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남·북 의료 격차 해소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강대희 교수다.

강 교수는 지난 2015년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결핵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다제내성 결핵과 같이 남북한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이나 영·유아 요오드 결핍의 정확한 실태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통일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남·북한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해 북한의 의료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그는 ‘남을 구하는 것이 자신을 구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남·북한 의료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것이다.

■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균형 있게 이끄는 총장 될 것’ 기대감

이번 강대희 교수의 서울대학교 총장 최종 후보 확정에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도 기쁨을 함께함과 동시에 강 교수 특유의 리더십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대희 교수가 의과대학 출신이긴 하나 의료계 쪽에만 관심있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균형 있게 대학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믿음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강대희 교수는 서울의대 및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해 보건의료계 전반에서 여러가지 경력을 쌓아왔다.

강 교수는 1987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예방의학 전문의로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환경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1994), CDC연구원(1994~1996.2)을 지낸 이후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1996.3)로 돌아와 현재까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그는 서울의대 연구부학장(2008), 서울대학교 연구부처장(2008.8~2010.6), 서울대학교병원 대외정책실장(2010.6~2011.6),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2011~2013.2), 서울의대 학장(2011. 12~2017), 한국의대·의전원협회 이사장((2012~2017)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의 한 관계자는 “강대희 최종 후보자는 의대나 의료계 쪽에 매여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다른 분야에서도 탁월한 활동을 보인 바 있으니 최종적으로 외연을 넓혀 총장으로서 균형 있게 대학을 이끌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한 “축하는 하되 의대와 병원은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되고 특혜를 보아서도 더더욱 안된다”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하는 한편 “강대희 최종후보자가 조화로운 안목으로 대학을 이끌 수 있도록 멀리서 응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한 관계자 또한 “의사라는 특성상 과연 총장과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했고 의대에서(의사 출신) 총장이 나올지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서울의대 출신이라는 타이틀 이전에 강대희 교수라는 사람 자체의 훌륭한 리더십이 발휘된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사는 곧 사람을 공부하는 것이라는 배경 아래 다른 학과와는 다른 독특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강대희 교수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서울의대에서 학장을 지낸 안목 때문에 학생 및 직원들의 복지와 건강 그리고 자살 등의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 많은 능력을 발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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