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혜 서울대병원 뇌은행장…기증문화 확산에 정부차원 장기적 지원과 의료인 관심 필수 강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대한민국은 뇌 기증 문화가 활성화돼지 않아 국내 뇌 연구 분야 발전을 위한 첫 시작이 조금 늦었습니다. 하지만 치매 국가책임제 아래 치매의 종류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인들의 긍정적인 기증문화 확산 노력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빠르게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박성혜 서울대학교병원 치매 뇌은행장(병리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치매국가책임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치매 정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치매에 대한 근원적인 연구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지면서 보건복지부는 생전 임상정보를 담은 인체 자원의 뇌 조직 확보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 치매 뇌은행 구축을 지원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대상자로 선정된 서울대학교병원의 치매 뇌은행을 이끌고 있는 병리과 박성혜 교수는 최근 본지(일간보사·의학신문)와 만나 외국과 비교해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뇌은행의 현황과 미래를 설명했다.

우선 박성혜 교수는 해외 뇌 은행에 비해 절대적인 기증의 양부터 연구량 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국가에서 국내 뇌 은행의 발전을 위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서울대학교병원은 치매 뇌은행 사업대상자 선정 이전부터 뇌 기증자와 유가족을 위한 많은 지원을 지속했지만 유교 문화권인 탓에 뇌 기증 활성화가 더뎠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성혜 교수는 “서울대병원 차원에서 기증자의 장례비 지원과 아밀로이드 PET-CT, 화장비 지원 등 여러 도움을 주었지만 기증이 부족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기증 문화가 긍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증자과 유가족의 선택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들부터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연히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국가 지정 서울대학교병원 치매 뇌은행.

박성혜 교수가 기증 문화 확산, 특히 뇌 기증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로 인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박성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뇌 기증으로 인해 치매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박성혜 교수는 “치매의 원인을 알아야 진단과 규명이 가능한데 현재 국내 치매 연구는 원인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치매 관련 연구 통계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100% 완벽한 뇌 연구는 영상 기술의 발달만으로는 될 수 없고 정확한 조직 진단이 뒤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뇌 기증으로 인해 가족력을 대비할 수 있고, 치매 진단에 활용한 조직 이외에도 여러 뇌 연구에 활용될 수 있으며 뇌 적출에 미세한 자국만 남기 때문에 일반 장례절차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박성혜 교수다.

박성혜 교수는 “치매로 가족이 사망했을 경우에 뇌 기증을 통한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면 원인을 규명해 가족력을 대비할 수 있다”며 “치매는 유전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후천적인 이유로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부검을 할 경우 수많은 분석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성혜가 강조한 것은 의료인들의 의지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박 교수는 “뇌 기증에 대해 의료인들은 환자를 진료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무작정 미룰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의지를 상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최근 LG 구본무 회장이 수목장을 하면서 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화된 것처럼 사회적 인사나 저명한 선배의사들의 참여가 국민들에게 호소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혜 교수가 서울대학교병원 치매 뇌은행에서 냉동 보관중인 뇌조직에 대해 설명 중인 모습.

그는 이어 “뇌 은행 사업은 인간의 뇌조직을 이용한 연구의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로 국가 주도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병원 등에서 자체적인 수익창출이 없음에도 꾸준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며 “이번 사업은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과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첫 사업이지만 지속적인 지원으로 많은 성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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