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 실천 제약사 면책규정 강화 필요

일정시점 이전 리베이트 처벌 유예…재적발시 가중처벌
제약,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 글로벌시장 진입 지원 주문

소순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자율준수관리분과위원장 동아ST CP관리실 상무

[의학신문·일간보사] 제약산업의 큰 숙제는 리베이트이다. 제약업계는 지난 10년 동안 리베이트와 전쟁을 선포하고 그 어느 산업분야보다 적극적인 자정노력을 보이며 윤리경영을 도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하 협회)의 움직임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회원 제약회사들과 함께 성장해나가고 있다.

협회는 정부와 제약회사들 사이에서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고, 제약업계의 윤리경영 노력이 제도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치열한 경쟁적 위치에 놓인 제약회사들이 서로의 발전을 도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열어주었다.

협회는 의약품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2007년 5월 CP(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를 제약업계에 도입하였고, 상위 53개 제약회사 대표이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CP 도입을 선언하였다. 초기의 CP 도입은 글로벌 제약회사와 co-promotion 계약을 체결한 국내 제약회사 위주로 진행되었고, 이는 선진 CP Practice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협회는 국내 제약업계의 윤리경영 정착이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거나 더 넓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선행조건이라 판단하고, 제약회사들의 윤리강화 활동을 위한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윤리헌장과 실천 강령을 제정하는 등 함께 노력하였다.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에 맞추어 국내 대부분의 상위 제약사는 본격적으로 CP를 도입하였다. 최고경영진은 제약 환경 변화에 따른 CP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최고경영자 메시지와 전사적인 CP 교육 실시 등을 통해 강력한 공정거래 자율준수 실천의지를 임직원들에게 표명하였다. 각 제약회사 내부에는 CP 전담팀이 설립되었고 대표이사나 주요 임원들이 자율준수관리자로 선임되어 자율준수의지를 천명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인 행동기준과 준수 정책이 포함되어 있는 자율준수편람을 제작하고 전 임직원에게 배포하여 사내 CP 전파 및 확산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또한 사내 부서별 관리자들이 모인 CP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관련 법령과 회사별 주요 행위들을 스스로 관리·감독하는 제약회사들이 늘어났다.

2015년 1월 협회는 각 회사를 넘어 제약업계 전반에 CP 준수 문화 확산을 위하여 17개 상위 제약회사 자율준수관리자들의 모임인 ‘자율준수관리 분과위원회’를 결성하고, 윤리경영 확립과 불공정행위 사전 예방을 위하여 구체적 활동방안을 논의해오고 있다. 그리고 CP 팀장급 실무자로 구성된 ‘CP 전문위원회’에서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서로의 경영방침과 내부시스템을 공개하고 협력하여 상생의 관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또한 연3회 개최하는 ‘제약산업 윤리경영 워크숍’에는 제약회사 자율준수관리자, CP 팀장 및 실무자, 정부기관부처 담당자, 변호사 등이 참여하여 윤리경영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각도에서 논의하고 있다.

또한 협회가 2016년 1월 직접 개발한 ‘제약산업 윤리경영 자율점검지표’를 통해 51개 제약회사 대상으로 자율점검을 실시하였고, 이를 통해 제약회사들은 기업 스스로 윤리경영 활동을 점검하고 재정비할 수 있었다.

2017년 CP등급 신청기업 중 제약회사의 비율은 약 55%이다. 2017년까지 제약업계 CP 등급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2014년 이후 등급평가를 신청한 곳은 총 17개 회사(중복포함)로 파악되며, 8개사가 ‘AA’ 등급을, 6개사가 ‘A’ 등급을 획득, 총 14개사가 ‘A’ 이상 등급을 받았다. 제약업계의 CP ‘AA’ 등급은 모든 산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협회와 회원 제약회사들의 영업실적을 담보로 한 단호한 경영개혁의 산물이며, 이러한 CP 등급평가를 위한 국내 상위 제약회사들의 노력은 제약업계 CP 수준의 상향평준화를 불러왔다.

2017년 10월 협회는 더 높은 차원의 윤리경영 확립을 위하여 국제 표준 인증기준인 ISO 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의하였다. 리베이트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업관계자 등 모든 이해당사자를 포함하여 금품과 뇌물을 방지하는 국제 인증 기준으로, 대외적으로 투명한 윤리경영을 인정받을 수 있고 글로벌 시장 진출 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유한양행, 코오롱제약이 인증 획득에 성공하였고, 동아에스티,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등 상위 제약회사들도 ISO 37001을 도입하고 인증을 준비 중에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4월 26~27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의약품 거래 투명화와 기업의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상반기 제약산업 윤리경영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최근 윤리경영 이슈인 CSO(의약품영업대행), 매출할인, 지출보고서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2018년은 제약기업들의 윤리경영 내재화가 시작되는 중요한 해이다. ‘ISO 37001’ 도입과 보건복지부에서 제정한 ‘경제적 이익 등 제공 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 시행, ‘공동생동 적정 품목수제한’은 제약산업의 윤리경영 정착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협회는 지난 해 11월 공동·위탁생동 품목의 난립이 불법 리베이트 조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하여 공동·위탁생동 허용품목을 원 제조업소 포함 4곳(1+3)으로 줄여 적정수의 품목 제한을 업계 스스로 정부에 건의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 제약업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큰 도전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약업계에 남겨진 위험요소는 존재한다. 제약회사들은 CSO(판매대행사)를 통한 영업활동을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실제적인 위협으로 판단하고, 협회와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점점 강해지는 정부규제와 윤리경영 확립의 확고한 분위기 속에서 영업실적을 위한 불법 영업행위의 도피처로 CSO를 선택한다면,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제약산업 전체가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국민들에게 비추어지는 제약산업의 이미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이 오랜 기간 국민건강을 최우선시하며 R&D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 삶의 질을 증진하는 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는 사실 또한 정당하게 평가 되어야 한다.

제약업계에 윤리경영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2014년이다. 이제 회사차원의 리베이트는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검경 및 정부 리베이트 조사기관은 2009년부터 2014년의 리베이트 행위에 집중하고 있으며, 우수한 제약기업이 과거의 리베이트로 인하여 혁신형 기업에서 탈락하였고 18개 제약회사들이 2018년 약가인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일정시점 이전 행위는 처벌을 유예하되 재적발되면 가중처벌하고,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제약회사에 대한 면책규정을 강화해주기를 바란다. 혹독한 처벌만이 정답은 아니다. 제약업계의 윤리경영 확립을 위한 자정노력은 정당한 보상과 정부의 보호로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제약업계의 적극적인 자정노력을 높게 평가하여, 제약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핵심산업으로 자리 잡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규제뿐만 아니라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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