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간호인력 최소기준 강화 필요

특수처치 필요한 중증환자 1:1 담당 주문
안정된 상태 중환자실 1:2 이하 조정해야
중환자실 간호업무량 제도적 뒷받침 절실

심미영
중환자간호사회 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나는 내 환자들을 어떻게든 지켜내려고만 했을 뿐, 이해관계를 따질 줄 몰랐고 영악하지 못했다. 권력을 쥔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살지도 않았다. 그래서 간호사는 지금껏 다른 직업에 비해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고 온갖 부당한 일에도 참아왔는지 모른다.

내가 포기하고 주저앉는 순간, 내 환자들도 같이 주저앉았다. 내 환자들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보호를 받고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혼자서 발만 동동 구르던 시간들이었다. 간호사야말로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보호와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었다.

간호사는 환자를 지키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이제는 간호사가 자신의 환자들을 지키는 일에만 더욱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강력한 정책으로 용기를 주어야 한다.<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김현아) 중에서>

중환자실은 중증환자에게 최첨단 의료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숙련된 의료진에 의해 집중적이고 포괄적인 치료를 하는 곳이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24시간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환자의 작은 변화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간호 중재를 제공하며, 최신화된 특수처치도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져야 한다.

첨단의료기기와 의료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따라 전문적이고 특수한 간호가 더 요구되고 있고, 최근 의료 현장에서 감염관리와 환자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환자에게 요구되어지는 간호업무량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나 적정 간호인력 수준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업무 강도가 높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환자실 간호사는 업무가 익숙해지기 전에 사직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숙련된 간호 인력 유지를 어렵게 하고 중환자실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중환자실 간호사와 관련된 법규에는 간호사 1인당 연평균 일일 입원환자수 1.2명(신생아중환자실의 경우 1.5명)을 초과해서는 아니된다고 되어 있다. 이는 연평균 일일 환자수를 중환자실 전체 간호사수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법규에서 의미하는 간호사 수에는 교대근무(낮번, 초번, 밤번)와 비번 간호사가 모두 포함되어 있고, 주40시간과 법정 공휴일, 휴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간호사 1인당 환자수에 4~5배수를 곱한 값이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환자수가 된다.

예를 들어 30병상을 가진 중환자실이 빈 병상 없이 365일 운영된다고 가정하면 총 필요한 간호사는 25명만 있어도 된다. 간호사는 3교대를 하기 때문에 한 근무조에 일하는 간호사는 5명이고, 간호사 1명이 6명씩의 중환자를 담당하고 있어도 법에는 위반되지 않는다.

의료법에는 이렇게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1인이 중환자 6명을 담당해도 되는 것으로 매우 느슨한 것에 반해, 정부는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른 입원환자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일반병동에만 적용하던 것을 2008년부터 중환자실에도 확대 적용함으로써 간호인력 배치수준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성인, 소아중환자실의 경우 병상수 대 간호사수가 0.5미만인 경우 1등급으로 되어 있으며, 15병상 중환자실의 경우 1등급이라면 간호사가 30명 소속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간호사 한 명이 환자를 2.5명 간호하게 된다는 산술적인 결과가 도출되는데, 실제 임상에서는 3명을 간호하는 간호사가 한 근무조에 50% 이상을 차지한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돌보는 환자수를 2명 이하로 유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이나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인공호흡기 적용환자는 1:1로 규정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중환자실 표준에서 간호사:환자 비를 1:2로 제시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1등급을 유지하는 병원조차도 선진국의 2~3배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셈이며, 2014년 상급종합병원 43곳, 종합병원 223곳을 대상으로 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 간호등급 1등급인 곳은 8곳(전체 대상기관 중 3%)에 불과했다.

낮은 수준의 간호 인력은 결국 환자 결과, 환자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이렇게 많은 환자를 돌보면서 결국 중환자실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환자 대 간호사 비에 따른 중증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이 간호사 한 명이 환자 2명을 돌볼 때 20%, 3명을 돌볼 때 38.8%, 4명 이상을 돌볼 때 41.7%로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간호사 한 명이 더 적은 환자를 돌볼수록 환자의 사망률이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올해 ‘제37회 대한중환자의학회 연례회 및 2018 아시아 중환자치료 컨퍼런스(The 37th KSCCM Annual Congress and Asian Critical Care Conference 2018)’에서 김영삼 교수(연세대 의과대학)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환자실 간호등급에 따라서 1~9등급으로 나누어 비교 하였을 때 간호등급이 올라감에 따라 비례하여 사망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 주었다. 간호 1등급의 경우가 사망률이 9.5%로 가장 낮았으며, 간호 9등급 중환자실 운영 의료기관의 경우 25.8% 사망률을 보여주었다. 다른 관련 요인을 모두 보정한 후에도 간호등급 1등급에 비해 9등급인 경우 병원 내 사망률은 2.9배 증가하였다. 이는 중환자실 간호등급이 중환자실에 필요한 핵심 전문 인력이며 그 중요성을 나타내 주는 결과로 보인다.

그런데 정부는 2015년에 신생아중환자실 1등급을 병상수 대 간호사수 1.0미만에서 0.75미만으로 상향한 반면 소아중환자실은 0.5미만에서 0.65미만으로 간호등급을 하향시켰다. 그리고 2018년 5월 신생아중환자실 1등급을 0.5미만으로 개편했다. 소아중환자실환자는 혈액채취, 혈관경로 확보, 기관 삽입 등 여러 검사나 처치에 있어 소아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세심한 주의, 집중적인 감시 및 시간과 노력, 잘 훈련된 인력 및 장비가 필요한데 오히려 성인중환자실보다 간호인력비가 나빠진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또한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인력비가 좋아진 만큼 소아와 성인중환자실의 간호인력비가 조정되어야 한다. 2008년 처음 중환자실 간호차등제를 실시할 때 1등급 기준이 성인소아 중환자실은 0.5미만, 신생아중환자실이 1.0미만이었는데 2018년 현재 성인은 0.5, 소아가 0.65, 신생아가 0.5로 개편되었으나 중환자실의 중증도는 성인, 소아, 신생아 공히 크게 증가하였으므로 같이 조정되는 것이 타당하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의 상태가 급변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간호사 한 명이 중환자 한 명을 담당하는 것도 힘들 때가 많다. 신의료기술들이 많이 도입되면서 중환자의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고, 그것은 간호업무량이 집중되는 특수처치들을 많이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중환자간호사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8개 상급 종합병원에서 중환자실 병상수는 12% 증가하였는데 인공호흡기 건수 77%, 지속적 혈액투석기 105%, 체외막 산소 화장치(에크모) 319%, 장기이식 총 건수 47%나 증가하였다. 위의 환자들은 하나같이 간호사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로서, 환자의 중증도 증가로 인해 필요한 간호처치가 증가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동안 간호사수는 병상수 증가만큼 맞추어 늘어난 정도였으므로 등급의 변화도 없고 간호사 한 명당 담당하는 환자수에도 변화가 없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의료법의 기준과 간호관리료 차등제가 현실적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현재 간호인력은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간호인력의 대폭 개편이 필요하다.

중환자실은 환자의 바로 곁에서 환자를 수시로 관찰하고 환자의 변화에 대해 즉각적인 중재를 시행해야 하는 곳, 환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각종 지표를 측정, 모니터링, 판단하여 예방과 예측 간호가 이루어져야 하는 곳으로, 적정 간호인력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촌각을 다투는 중요한 상황에서 환자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감염 예방, 환자안전 보장, 질적 간호제공, 재원일수 감소, 의료비 손실 감소 등을 위해 중환자실 간호인력 최소 기준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인공호흡기, 지속적 혈액투석기, 체외막 산소화장치(에크모) 등의 특수 처치가 필요한 중증 중환자는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1명 이하로, 혈역학적으로 안정된 상태의 중환자실 환자는 간호사 1인당 2명 이하로 조정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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