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수가 적정화 지속적으로 검토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모든 환자가 중요하겠지만 생명을 다투는 중환자는 말 그대로 일반 환자에 비해 고도의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대상이다.

중환자실은 다른 병실과 달리 인프라가 환자의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치며,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가 필요한 시점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인력이다.

의료법 시행규칙의 중환자실 시설기준을 보면 신생아중환자실을 제외하고는 전담의사를 둘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건강보험법 요양급여기준에 따르면 전담의는 당해 의료기관에 소속되어 중환자실에 근무하면서 외래 진료나 병동 환자의 진료 등을 병행하지 않고 24시간 중환자를 돌보며 중환자실 인접한 곳에 상주하는 의사를 말한다. 2015년 9월부터는 의료기관이 중환자실에 전담의 또는 전문의를 두는 경우에는 입원료에 별도로 가산을 지급하고 있다.

美,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권고

2002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된 Pronovost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중환자실 진료에 참여했던 병원이 그렇지 않은 병원과 비교할 때 병원 사망과 중환자실 사망의 상대위험도가 낮았다. 미국 중환자의학회는 2007년부터 중환자치료의 전문성을 가진 의사가 중환자실을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영국, 호주 등에서도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가 반드시 상주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지정기준에 전담전문의를 두도록 되어 있으나,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종합병원의 80.2%는 24시간 상주하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없었다.

전담전문의가 있더라도 전담전문의 1명이 담당하는 중환자실 병상 수가 평균 44.7병상이었고 많게는 160병상에 이르렀다.

간호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 기준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병상수는 1등급 기준 0.5병상으로 간호사 1명당 2.4명을 돌보는 수준이다.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은 평균 0.61병상(간호사 1명당 2.9명), 종합병원은 평균 1.19병상(간호사 1명당 5.7명 수준)이었다.

간호사 1명당 담당 환자수의 증가는 업무적·정신적 부담으로 작용하여 중환자실 간호사 이직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중환자실의 경우 다른 병실보다 전담인력의 숙련도가 중요하므로 잦은 간호사 이직은 환자안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선진국 비해 중환자실 인력 부족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중환자실과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1명당 환자 2명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1명당 환자 3명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기준 일반중환자실 1등급이 간호사 1명당 2.4명, 신생아중환자실 1등급이 간호사 1명당 3.6명 수준으로(2018년 7월부터 신생아중환자실 1등급은 2.4명) 개선될 예정이다. 선진국에 비해 중환자실 인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중환자실 병상을 수요에 맞게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료법 시행규칙 상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입원실 병상 수의 100분의 5 이상을 중환자실 병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중환자실 병상수는 성인·소아·신생아중환자실을 모두 합할 경우 2018년 3월 기준 10,260병상이다.

2015년 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중환자실 병상은 부족하지 않으나 제대로 된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하고 병상의 지역 편중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환자실 전담인력을 늘리고 인력당 담당 환자수를 줄여 환자 관리를 강화할수록 중환자의 사망률이 낮아질 것이며, 실제로 그런 연구도 많이 보고되었다. 결국 중환자 의료체계 개선의 핵심은 전담 전문인력의 확보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가 체계일 것이다.

복지부는 중환자실의 적정 운영을 지원하기 위하여 1999년 집중치료실 입원료를 신설한 이래로 지속적으로 수가를 개선해 왔다. 2008년 입원환자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라 간호관리료를 차등 지급하고 중환자실에 전담의를 두는 경우 별도로 산정할 수 있는 전담의 가산을 신설하였다. 2010~12년에는 상대가치점수 개정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단계적으로 점수를 인상하였다. 2013년에는 전담의 가산을 100% 인상하였고, 2015년에는 전담전문의 가산을 신설하였다. 또한 2015년에 상급종합병원의 입원료를 50% 인상(종합병원 10%)하고 간호등급제를 개편한 바 있다. 현행 상급종합병원 간호인력 1등급 기준 일반중환자실 입원료는 약 28만원 수준으로 4등급 기본 수가의 45%를 가산해서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3월 요양기관 현황 신고 기준 전담전문의 1인당 중환자실 병상수는 평균 12병상까지 감소하였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최소 1.7병상에서 최대 40병상으로 지난 적정성 평가결과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결과이다.

지난 4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신생아중환자실 수가 개선방안을 보고하고 신생아중환자실 적정 간호인력 확보를 위해 간호등급제 최상위 등급을 신설하고 가산율을 기존 45%에서 60%까지 인상하기로 하였다. 향후에도 우리나라 중환자실 전담인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중환자실 전담인력 확보의 문제는 건강보험 수가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의료자원 수급정책 등 보건의료정책의 큰 틀에서 접근해 나가야 한다.

복지부는 중환자실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감안하여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여 중환자실 수가 적정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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