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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은 국제 간호사의 날! 하지만 ‘간호사들은 힘듭니다’

기사승인 2018.05.12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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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간호사들이 전한 공짜노동·폭언폭행·인권유린·태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5월 12일은 지난 1971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개최된 국제간호사협의회(ICN)의 각국 대표자회의에서 영국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의 탄생일을 기념해 만든 ‘국제 간호사의 날’이다.

이는 ‘국제 간호사의 날’ 단 하루만이라도 전 세계 간호사의 사회 공헌을 기리고 봉사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간호사들은 간호사로 활동하는 것이 힘들고 지치기만 해 ‘국제 간호사의 날’의 의미를 찾기 힘든 모양새다.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주최로 ‘의료기관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간호사들은 직접 경험하고 들어온 생생한 현장증언을 통해 간호사들의 열악한 노동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증언했다.

■ 공짜노동과 장시간노동 그리고 교대근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

홍슬아 경희의료원 간호사에 따르면 임상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본인의 몸을 챙기지 못할 정도로 일하고 있지만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슬아 간호사는 “간호사는 희생정신과 소명정신을 배우고 간호대학을 졸업하기 때문에 병원에 남아서 일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며 “하지만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인 식사도 보장받지 못하고 시간외 근무는 기본에 장시간의 노동과 공짜노동이 일반화돼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병원 측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부분이다.

홍 간호사는 “간호사로 일한 13년 동안 시간외근무수당을 받기는 매우 어려웠다”며 “병원은 간호사 개인의 능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치부하는데 특히 의료기관인증은 간호사를 괴롭혀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무 전에도 근무 후에도 이어지는 카카오톡 업무 지시와 친절 교육, 병동 컨퍼런스 참여, QI 논문 작성 등을 간호사들에게 강조한다”며 “노동의 정당한 대가 확보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홍슬아 간호사, 조옥희 간호사, 진낙희 간호사, 공지현 간호사. 이들의 생생한 간호현장 증언은 힘들다 못해 참담함이 느껴졌다.

■ 폭언과 폭행 그리고 노동인권 유린에 내몰린 간호사들

강도 높은 노동과 공짜근무에도 모자라 노동인권 유린에 몰려있는 간호사들의 실태도 참담했다.

조옥희 부산대병원 교육부장은 우월한 권력을 통한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 무차별적인 폭력의 피해자 범주에는 전공의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폭력의 강도는 더 심한 것으로 증언됐다.

조옥희 간호사는 “수술실에서 집도의라는 존재는 압도적이기 떄문에 그 안에서 일어나는 폭언과 폭행은 수도 없이 많다”며 “하지만 신고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정작 제보자만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사에 의한 폭행뿐만 아니라 환자 및 환자 보호자에 의한 폭행도 적지 않았다.

조옥희 간호사는 “환자 보호자가 술에 취한 채 칼로 위협은 한 경우도 있으며 머리채가 잡히기도 했다”며 “심지어 병원은 이 같은 폭행이력이 있는 환자를 받아주는 일이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간호사들은 ‘병원 속 부속품 중 하나’라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져 우울증,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지고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다가 결국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하소연을 건네기도 한 조옥희 간호사다.

한 대학병원의 나이팅게일 선서식.

■ 일·가정 양립은커녕 모성보호도 받지 못하는 간호사들

간호사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하기 힘든 구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진낙희 홍성의료원 간호사는 육아 휴직 혹은 법적 휴일을 보장받는 것이 마치 ‘나쁜 간호사’이자 ‘나쁜 직원’이 되는 것 같은 불합리한 구조를 하소연했다.

진 간호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적 휴일과 육아 휴직 신청을 하는 것은 엄두에도 나지 않았다”며 “겨우 어렵게 육아휴직을 신청해도 그에 대한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다른 간호사 동료의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에 조직에서 나쁜 사람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산부가 야간근무를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보호 받아야 할 임산부가 환자 폭행 등에 노출돼 있는 위험한 상황들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낙희 간호사는 결국 열악한 근무환경에 따른 간호인력 부족이 이와 같은 상황의 반복을 초래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 간호사는 “지난 23년 동안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데 지금 일하고 있는 홍성의료원의 간호사 정원은 221명인데 실제 근무 인원은 180여 명”이라며 “부족한 간호인력을 해결할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의 ‘간호사가 일하기 좋은 병원 만들기’ 캐치프레이즈는 ‘행복한 간호사, 건강한 국민’이다.

■ 인력부족 속에 태움으로 모두가 가해자고 피해자인 간호사들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까지 번진 ‘간호사 태움’은 간호인력 부족에서 파생된 안타까운 문화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공지현 한양대의료원 간호사는 태움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력 부족이며 해결책은 적정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지현 간호사는 “정부가 의료기관의 지불능력을 높여 원활하게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만 태움도 서서히 없어질 것”이라며 “태움은 당하는 사람도 가하는 사람도 모두 피해자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바른정당)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제공받은 ‘간호사 활동현황 실태조사’를 통해 간호 인력의 이탈 원인은 △타 병원 이직(47.6%) △결혼‧출산‧육아(16.8%) △업무 부적응(11.5%) △불규칙한 근무시간 및 밤 근무(9.4%) 등 열악한 근무환경 사유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통한 적정 간호이력 확보가 시급한 사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최근 ‘간호인력 확보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복지부는 간호계, 병원계, 노조 등과 세부 시행방안을 논의하고 실제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에는 전담TFT를 구성할 예정이다.

국제 간호사의 날인 12일이 무색할 만큼 현장 간호사들의 외침은 수년간 계속돼오고 있는 가운데 대한간호협회의 ‘간호사가 일하기 좋은 병원 만들기’ 캐치프레이즈인 ‘행복한 간호사, 건강한 국민’은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윤식 기자 21hero@bosa.co.kr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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