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장려금 등 통한 리베이트 자금 조성도 어려워져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제약사가 의약품 영업대행사(CSO) 등 제3자를 끌어들여 수수료의 일부를 병원에 사례금으로 지급하는 편법 리베이트에 제동이 걸린다.

또 의약품 도매상에게 지급하는 사후매출할인(판매장려금)을 통한 리베이트 자금 조성도 어려워진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이하 국민권익위)는 의약품 유통질서를 왜곡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의료 리베이트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이와 같은 내용의 의료분야 리베이트 관행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그동안 일부 제약사는 의약품 판매를 위해 영업대행사 등 제3자에게 의약품 판매금액의 30∼40%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병원에 편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 왔다.

일례로 한 국내 제약사는 2014부터 3년간 영업대행사를 통해 의약품 처방 사례비 명목으로 병원에 12억 원을, 한 외자제약사는 2011년부터 6년간 홍보대행사 및 의학전문매체를 통해 의료인에게 26억 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는 영업대행사 등 제3자가 약사법상 의약품 공급자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는 영업대행사 등 제3자를 통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 시 해당 제약사도 처벌대상임을 알 수 있도록 협회 등에 관련 내용을 고지하도록 했다.

또한 기존 의약품공급자(제약사·수입사·도매상)로 한정돼 있는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 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를 영업대행사에게도 부과하도록 권고했다.

일부 제약사는 도매상에 공급하는 의약품 가격을 적정 마진(약 5%)에 판매한 것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약품 공급내역을 보고한 다음, 매출실적의 약 40%를 사후매출할인(판매장려금, 단가할인) 등의 명목으로 도매상에 지급해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실제로 도매상이 사후매출할인을 활용해 자금을 조성한 후 대구 소재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했으며, 같은 방법으로 자금을 조성해 일부 금액을 제약사에 되돌려 주고 제약사는 이를 수원소재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해 사법당국에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후 도매상에 지원한 사후매출할인 등 의약품 공급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도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서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이밖에도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의 지원금으로 각종 의학회 등이 실시하는 국제학술대회의 경우 지원금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집행내역을 사후에 공개하도록 했다.

그리고 의료계 주관 의료인 리베이트 예방 윤리교육을 의무화하고, 제약협회 등은 회원사의 자율정화규약 준수 및 참여의무 등 자율통제시스템을 강화하도록 했다.

국민권익위 안준호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이번 개선방안으로 잘못된 리베이트 관행을 의료계 스스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의약품 유통질서가 보다 투명해지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 경감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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