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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연착륙 시키려면

기사승인 2018.02.22  11: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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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보라매 사건이후 오랜 숙의 끝에 2018년 2월 4일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다. 자연스러운 죽음을 방해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피함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제공하며,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과 생의 말기에 지출되는 과도한 의료비용을 줄이는 유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작 시범사업과 함께 시작을 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고,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오랜 시간 사회 각층의 의견을 모아 합의를 이룬 법안이 자칫 무의미한 법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사람이 만든 것이기에 모든 상황을 다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조금 겸손한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해가야 할 시기다.

먼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소위 생명존중 사상이 훼손될 수 있는 미끄럼틀 효과다. 경제적인 면만 고려하거나 지나친 자기결정권만 주장하는 바람을 타고 생명의 존엄함과 귀중함이 훼손될까 우려된다. 일명 ‘고삐 잃은 자기결정권’이라는 비윤리적인 상황이 와서는 안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생명존중 사상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생명결정에 대해 지금보다 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도 윤리적 민감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항상 긴장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시행한다고 따라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다. 또한 최신의 사고와 분위기가 최선이 아니다. 생명은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권리나 자유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수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이럴 때 평안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연명의료결정법’이 무의미한 법이 되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유익을 가져다주도록 연착륙시키기 위해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고 싶다.

첫째, 법령과 시행규칙의 개정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개혁은 잘못된 부분을 과감히 노출시키고 수용하는 자세가 없이는 이루지 못한다. 현재 드러난 법령의 문제점과 시행규칙의 문제점들에 대한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하여 개정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누더기 법안이라고 비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사전에 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환자의 연명의료의 유보 부분과 윤리위원회 구성 부분이다.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윤리적 판단을 존중하는 문화가 법과 시행규칙에 들어갔으면 한다. 또한 윤리위원회가 잘 구성되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막상 윤리위원회나 공용 윤리위원회를 만들라고 하지만 정책적, 재정적 지원정책도 없이 누가 주도적으로 이런 기구를 만들까 싶다.

두 번째로 시행과정을 단순하고 접근 용이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했으면 한다. 연명의료정보 처리시스템의 접근성을 용이하고, 가족관계증명에 관한 것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전산처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필요하다. 물론 이 부분에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돈이 필요하다.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국민들이 품위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든 환자들과 환자 보호자분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막상 사전의료의향서 작성과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려 할 때 의사가 먼저 제안하기가 여간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현장의 여러 가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먼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놓거나 △의사선생님에게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먼저 요청했으면 한다.

담당 의사들도 제도적 보완이 되기 전까지 의무 기록을 남겨서 합리적이고 전문가적인 판단이었다는 것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단지 법으로 정해 놓았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문화가 변해야만 한다. 죽음을 법으로만 가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방송언론계, 종교계의 관심과 홍보가 필요하다.

<의사평론가>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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